- 북민위
- 2025-05-30 06: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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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승절인 5월 9일이 없었더라면 조선과 동방의 해방의 날인 8월 15일도 없었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 9일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딸 주애의 손을 잡고 평양의 러시아 대사관을 찾아서 내놓은 발언의 일부다.
김정은이 러시아 대사관을 찾은 것도 처음이지만, 러시아의 승리가 있어서 한반도가 일제의 통치를 끝내고 해방할 수 있었다는 파격적 언급이 던지는 북한 사회의 충격은 적지 않아 보인다.
이 연설의 전문은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서도 소개됐다.
사실 이번 발언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에서 해방은 전적으로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에 기인한 역사적 결과물로 설명돼 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백두혈통 3대 세습의 정당성도 김 주석이 투쟁으로 일제 통치를 끝내고 조국을 해방했다는 논리에서 나온다.
특히 외교적으로 자주를 주장하는 주체사상을 근거로 해방은 외세의 도움 없이 김일성의 투쟁 성과물로 선전돼 왔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러시아 대사관 연설이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탈북민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발언은 일반 주민보다 북한의 핵심인 지식인과 관료들에게 충격을 줄 것"이라며 "그동안 알아도 이야기하지 못하던 것을 김정은이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본격적으로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를 하면서 만들어진 역사를 교육받은 50대 이하 세대들은 김정은 발언에 더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김정은의 파격 발언은 러시아 파병을 정당화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일종의 국내 정치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가 나치 세력과 벌인 2차세계대전에서의 승리로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할 수 있었던 만큼 러시아가 벌이는 신나치와 전쟁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여러 차례 '신나치즘'을 강조하면서 "공화국 무력 전투구분대들에 러시아 무력과의 협동 밑에 우크라이나 신나치스 강점자들을 격멸 소탕하고 쿠르스크 지역을 해방할데 대한 명령을 하달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김정은의 이러한 발언은 현재의 국제정세 속에서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현실주의적 태도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인제대 초빙교수는 "대북제재가 엄존하고 미국이 여전히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유일한 출로일 수밖에 없다"며 "과도해 보일 수 있는 김정은의 발언은 이러한 외교적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군사적으로 북한은 사실상의 파병대가로 다양한 지원을 러시아로부터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이 파병 및 무기 수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정찰 위성과 발사체 기술 자문, 무인기 실물, 전자전 장비, SA-22 지대공 미사일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경제적으로도 러시아는 북한에 파병군인들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뿐 아니라 북러연결 자동차다리 건설, 관광, 북한 노동자 고용 등 다양한 대가를 제공하고 있다.
윤정호 대외경제상이 이끄는 북한 정부경제대표단은 지난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국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틀 안에서 회담하고 다양한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 대표단은 단순히 회담뿐 아니라 러시아의 기업과 생산시설도 방문했다.
김정은은 러시아 대사관 연설에서 "우리 정부는 지금 이 순간도 키예프(키이우의 러시아식 표현)의 비리성적인 행위를 주시하고 있다"며 "키예프 당국은 무장악당들을 또 다시 러시아 연방 영토에 대한 위험천만한 공격행동에로 내모는 극악무도하고 모험적인 망동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비리성적이고 비인간적인 유전자를 이식받은 키예프의 신나치스 분자들만이 저지를 수 있는 광기적 만행으로서 우리는 이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단호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파병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탈환에 이어 키이우와 전투에도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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