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5-05-29 05: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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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6.3)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할 정부는 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곧바로 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이번 조기 대선은 2017년 5월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래서 필자는 새 정부 안보 정책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8년 전 지금과 비슷한 국면에서 기고했던 칼럼, ‘새 정부 대북정책 양날개로 날아야’를 꺼내어 다시 읽어보았다.
정말 놀랐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반도 안보환경, 우리의 대북정책 방향 등과 관련해서 단 한 글자를 바꾸지 않아도 곧 출범하는 ‘새 정부에 바란다’의 글이 되었다. 그래서 북핵 문제의 능동적 대응과 초당적 안보 정책을 촉구하기 위한 이번 정론을 ▲8년 전 시론을 그대로 전재(轉載)한 이후 ▲맺음말에 추가 소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택했다.
새 정부 대북정책 양날개로 날아야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그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안팎의 많은 기대와 달리 유사 이래 최고의 시련과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엄포,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조기 배치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극도로 혼미한 가운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세대·지역·이념적 갈등 국면이 금방 아물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준비 과정 없이 곧바로 국정 현안을 다루어 나가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은 물론이고 트럼프, 시진핑 등 주변 4강의 스트롱맨들과 힘겨운 샅바 싸움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내면서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를 달성해 나가야 한다.
새 정부 1~2년은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다. 김정은의 핵 질주를 멈추게 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요원하다. 북한의 핵 개발이 진보 정부 햇볕정책의 부산물인지, 아니면 보수 정부의 원론적 강경 정책의 탓인지를 두고 한가롭게 논쟁할 때가 아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에 입각해 북핵 위기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철저한 안보태세를 구축한 가운데 북한 비핵화와 자유민주주의 가치 전파를 정책의 최우선으로 두고 압박(stick)과 대화(carrot)의 두 트랙을 동시에 활용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정책과 통일 방안에 대한 국민 공감대 결집이 필수적이다.
대북정책은 대략 다섯 가지 사항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첫째, 북한 비핵화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대전제다. 북한으로부터 핵 포기 약속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핵실험 유보-핵 동결이라는 유화 제스처에 스스로 현혹되면 그간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고 김정은이 만든 틀(frame)에 또다시 갇히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둘째, 남북 대화와 인도적 지원도 대북제재와 함께 우리의 소중한 전략적 자산의 한 축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셋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치를 북한 내부로 다양하게 전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과 어떠한 타협도 있어선 안 되며, 한순간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넷째, 북한의 변화와 급변, 전쟁 발발 등 각종 시나리오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다섯째, 지난 정부 대북정책의 부정과 단절이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5대 기본원칙에 입각해 장기(통일방안), 중기(3년), 단기(1년)의 대북정책 로드맵을 수립, 시행해 나가야 한다.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여야, 진보·보수, 정부·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북핵 위기 해법 모색과 자유민주 통일국가 건설을 위한 민관합동위원회’(약칭: 북핵통일위원회)를 신설할 필요도 있다. 당면한 북한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대북제재 압박과의 긴밀한 공조하에 ‘출구론적 관점’에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선 비핵화-후 평화체제 논의가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조건, 즉 입구론이 돼서는 논의가 한 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최종 단계에서 비핵화가 완성되는 로드맵이 북한과 관련 국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새 정부는 그동안 부지불식간에 방기한 대북 관리력과 주도력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또는 대통령 최측근을 북핵 특사로 파견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유의할 점은 조급한 행동은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고 미국 등 우방국들과의 정책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치밀한 판단과 미국 등 우방국과의 사전 사후 공조는 필수다. 한편 미·중을 비롯한 주변국의 출구전략,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해서도 항상 경계의 눈을 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령 일인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북한의 ‘단선형 정치문화’ 특성을 고려해 김정은과의 비공식 대화 창구를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
새 정부 임기 내, 아니 앞으로 1~2년은 북한의 핵 개발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이 벼랑 끝에서 만나 어떤 형태로든 해결의 방향이 잡혀가는 변곡점(critical point)이 될 것이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서는 대한민국의 발전도 향후 자유민주 통일 한국의 건설도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북핵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대북제재의 동력 유지, 중기적으로는 비핵화, 장기적으로는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혹시 소망성 사고(wishful thinking)에 기초한 단기 전술 또는 장기 전략에 일방적으로 집착하거나, 또는 우리 입장만을 고집하여 국제사회의 물밑 논의에서 소외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맺음말
세계는 1990년대 초 탈(脫)냉전 이후 국익우선·각자도생의 길로 더욱 치닫고 있는데, 한반도 안보 환경은 여전히 구(舊)시대적 이념·진영 대결의 틀에 갇혀 엄혹하기만 하다. 8년 전 글이 토씨 하나 안 바꿔도 지금 그대로 유용한 것은 문재인-윤석열 정부 공동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30여 년의 북핵 위기에 대한 잘못 인정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서로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을 뿐이다. 재난사고만 일어나도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들이 직접 나서서 사죄하는 것과 너무나 대비된다.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먼저 새 정부는 지난 모든 정부를 대신하여 국민들에게 ‘북핵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남북관계 이슈는 ‘주적이고 대화상대인 북한’, ‘독재자와 일반주민’을 동시에 상대해 나가야 하는 이중적·글로벌 복합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해 나가면서 ▲이념에 기초한 소망성 사고나 가시적 단기성과가 아닌 긴 호흡을 가지고 ▲진보-보수가 머리를 맞대어(한쪽은 red-team 역할) 북한을 차츰차츰 변화시켜 나가는 정책을 수립·추진해 나가야 한다.
북핵 앞에 진보, 보수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 모두 하나가 되어 더 큰 대한민국, 평화로운 한반도, 선진 통일조국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전진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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