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김정은의 두뇌 게임 그리고 한국
  • 북민위
  • 2025-03-17 0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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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외교안보 이슈는 뒷전이 됐다. 대한민국 안보의 90%가 북한문제와 한·미 관계인데, 이 중요한 시기에 국민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국제정세를 보면 우리 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 같다. 트럼프-젤렌스키가 푸틴에 ‘30일 휴전’ 제의를 했다. 푸틴은 들은 척도 안한다. 당연하다. 트럼프-젤렌스키가 백악관 다툼 때 이미 패(card)를 노출했기 때문에 푸틴은 급할 게 없다. 푸틴은 ‘30일 휴전안’을 들고 모스크바를 찾아간 미 백악관 중동 특사를 8시간 기다리게 했다.

14일 트럼프가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 군인들을 살려달라고 요청하자, 푸틴은 "우크라군이 항복해야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지금 푸틴은 협상력을 최고치로 높일 시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전쟁 협상’이야말로 거래(deal)의 최고위 단계다. 거래의 달인으로 소문난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이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있는지, 또 경제 거래와 정치(외교안보) 거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번에 대강 알 수 있을 듯싶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우리와 직접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지금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대북정책이 확정된 게 없다. 모두 가변적이다. 우크라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가 협상 헤게모니를 쥐고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면 북한도 대미 입지에서 유리해진다.

우크라 종전 협상 결과, 푸틴 승리자-젤렌스키 패배자-트럼프는 협상 중재 성공(전쟁 종식)으로 결판날 경우, 러·북은 더욱 맹방(盟邦)이 된다. 김정은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간다. 트럼프-푸틴은 옛날 호시절 관계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가 푸틴에게 김정은과의 회담 중매를 서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트럼프 입장에선 중국을 엿 먹이는(passing) 방법이고, 푸틴 입장에서도 한반도에 숟가락 얹는 기회가 된다.

또 미·북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면 러시아도 한반도 유사시 북한 지역에 러시아군을 파병해야 하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익 극대화를 노리면서 트럼프를 상대로 고자세 외교를 펼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회담의 굴욕을 만회하는 기회가 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크라 종전 협상이 ‘평화협정’이란 이름으로 체결될 경우, 김정은도 핵보유 상태(nuclear power)에서 ‘미·북 평화협정’을 노릴 것이다.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 슬로건으로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만약 미·북 간에 ‘평화’라는 이름의 협상과, 매우 느리고 언제든 걷어찰 수 있는 북한의 핵감축 프로세스가 거래될 경우, 중국은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우리는 핵무장을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6자회담을 또 요구할 것인가.

우리 외교부는 대통령 탄핵 사태 때문인지,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대한민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사실을 몰랐다. 훈련에 나선 전투기가 민간 지역을 오폭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대통령 안보실·외교부·국방부만 나사가 빠진 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흔들리는 징조로 봐야 한다.

지금 서민 경제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제대로 심층 보도하는 언론이 없다. 정치·경제·외교안보·입법·행정·사법·언론이 죄다 고장나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빙산에 부딪혀 지나간 타이타닉호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경제 분야에 어떤 종류의 ‘한 방’이 날아올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정부 부처가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지금 누군가 높은 상공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본다면 두 갈래 길이 보일 것이다. 하나는 5000만 국민이 함께 낭떠러지로 가는 길, 나머지 하나는 가시밭길이다. 가시밭길이 끝나는 지점에 레드 카펫이 깔려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결론은 간명하다. 대통령의 복귀→임기단축·정치개혁→ 사회 전 분야 개혁으로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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