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탈북 여성이 절규합니다
  • 북민위
  • 2025-02-13 07: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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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명절은 잘 쇠셨는지요? 오랜만에 친지들과 만나 덕담을 나누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명절이 너무 슬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요. 바로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민들입니다. 설날 때 인사를 나누고자 어느 지인과 통화하는 중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눈물의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명절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보니 정작 마주 앉을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물끄러미 차려진 상만 보았다는 것입니다. 애써 감추려 했지만, 명절에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다는 그 한마디에 울컥 쏟아진 그 서럽디서러운 마음을 참아내지 못하셨지요. 이맘때쯤이면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멘트는 “귀성길 정체에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다”라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마음조차 고향에 갈 수 없는 이들이 우리 곁에서 그리움으로 가슴을 쓸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가족 안에서 들뜨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테지만 명절이면 가장 큰 슬픔을 애써 견뎌내야 하는 탈북민들의 시린 눈물이 또 다른 시간을 맞습니다.

지난 2024년은 탈북민의 해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온 통일’의 가치를 담아 매년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했지요. 나아가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어 명실공히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과 탈북민 정착지원이 국정과제로 추진되었고 탈북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각계각층에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먼 것 같습니다. 국내에 입국한 3만 5000여 명의 탈북민 가운데 약 80%가 여성입니다. 그 여성 중 대부분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권 유린을 당했지요. 특히 중국 현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그녀들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입니다.

설날 때 만난 어느 지인의 사연은 앞으로 탈북민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녀는 중국에서 홀로 도망치다시피 그곳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어미가 자식을 남겨두고 길을 나서야 할 때 그 심정은 오죽했겠습니까?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한국까지 목숨을 건 여정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 입국해 정착한 뒤, 중국에 남은 자식을 데려오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세 살 때 헤어진 아이를 스무 살 대학생이 된 올해에 극적으로 상봉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 여성은 관광 목적으로 비자를 받아 중국에 가서 아들을 만났습니다. 문제는 이 아들이 방학 중에 잠시 엄마를 만나러 오는 중에 생겼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룹 패키지 관광이 아닌 개인이 한국 입국 비자를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아들이 한국에 올 수 있는지 통일부에 문의를 하니 남북하나재단에서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며 비자 발급을 하는 개인 연락처를 줬다지요. 지역 하나센터에 문의를 하니 역시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남북하나재단에 일을 떠넘겼습니다. 

몇 군데 기관으로 이어지며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똑같은 답변을 들을 때마다 대체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결국 남북하나재단에서 소개해 준 개인에게 연락했더니 비자 발급 비용으로는 턱없이 많은 금액을 수수료로 요구했다고 합니다.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몇 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남북하나재단이 우리 외교부 내 출입국심사 부서와 업무협조를 맺고 비자 관련 업무를 직접 담당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요? 남북하나재단이 특정 개인을 연결해 주어 독점적으로 이윤을 챙기도록 하는 이 부당하고 이상한 구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정책은 대상자의 수요와 환경을 고려할 때 효과성이 있는 것 아닌가요. 

국내에 입국한 대다수의 탈북 여성이 겪는 제3국 출생 자녀 문제가 남북하나재단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대체 그 조직과 기관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단 임원들의 고액 연봉 논란 속에 탈북민들은 늘 이구동성입니다. 탈북민 정착지원 관련 예산이 연 300억 원이라고 하는데 그 많은 예산은 대체 누구를 위해 사용되느냐고요. 남북하나재단의 본래 명칭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인데, 탈북민을 지원한다면서 정작 임원중에 탈북민은 없습니다.

분단의 상처로 깊이 베이고 꺾인 탈북 여성들의 마음을 보듬는 건 다름 아닌 어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부터입니다. 그들이 중국에 남겨둔, 또는 한국에 같이 입국해 살면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지요. 그녀들은 중국에 두고 온 자녀들을 가슴에 묻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북한에 남겨두고 온 자신의 어미를 그리는 딸로 살아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눈물 훔치며 어미이자 딸로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을 보듬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 그 간절한 소망이 그들에게, 그리고 분단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높은 언덕인가 봅니다. ‘제발, 우리 아이가 한국에 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그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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