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5-01-08 07: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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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일, 노동신문에 나온 이 한 장의 사진을 남북관계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바로 김정은이 자신의 딸과 함께 2025년 신년 경축 공연에 참여한 장면 말이다.
북한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12월 31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신년 경축 연회를 개최하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봉화 점화와 함께 축포를 쏘아 올리는 행사를 포함한 신년 경축 공연을 관람했다. 이에 앞서 김일성광장에서는 저녁 11시부터 평양 학생들이 참가한 신년 경축 야회도 열렸다. 그야말로 평양은 새해를 맞는 축제의 도가니였다.
매년 개최되는 행사라 특별할 것이 없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양이 축제를 즐기던 12월 31일 대한민국은 어떤 날이었던가? 무안공항 제주항공 추락 참사로 179명의 무고한 생명을 잃은 아픔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에 분향소가 설치되어 안타까운 죽음을 위로하는 시간이다. 이번 참사 희생자에는 10대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세 살배기 아기까지 포함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비통에 잠겨 새해를 맞는 그 순간, 평양 하늘에서는 축포가 터지고 김정은은 딸의 손을 잡고 축하공연을 즐겼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같은 민족, 동포로서 대한민국의 아픔에 공감해 조전이라도 보내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지 않겠는가. 최악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2300만의 북한 주민을 노예로 만든 그에게 애초부터 인도주의를 기대한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축하공연까지 즐기며 환한 웃음 짓는 그는 인면수심과 다르지 않다. 김정은이 지난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북남(남북)관계는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하고, 급기야 통일, 민족, 동포라는 단어까지 삭제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 동포가 아니기에 이번 참사와 무관할까? 백번 양보해서 남북한이 그들의 주장처럼 국가 대 국가라고 친다면, 주변 국가의 대형 사고에 대해 조전을 보내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그런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니 정상국가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저 조국의 반쪽을 유린하는 독재집단에 불과하다. 그런 집단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더욱 개탄스러울 뿐이다.
더 가관인 것은 바로 김정은이 지난 12월 30일 러시아에 축전을 보낸 사실이다. 대한민국에 조전은 보내지 않으면서, 러시아에는 새해 축전을 보냈다. 축전에는 “2025년이 로씨야(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는 21세기 전승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쓰였다.
현재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 병력은 약 1만 1000명 정도이며 이 중 3000여 명이 사망, 부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분도 없는 남의 나라 전쟁에 애꿎은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보내놓고, 자신은 딸과 함께 한가로이 축제를 즐기는 게 김정은의 본색이다. 그런 김정은과 평화를 논한 자들, 그리고 앞으로 다시 김정은과 평화를 논하려는 자들은 금수(禽獸)만도 못한 자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이가 어찌 평화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 평화는 분명 가짜 평화다. 2025년 1월 1일, 김정은의 만행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세상 어떤 것도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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