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 시장 영상에 비친 주민들의 처절한 삶
  • 북민위
  • 2024-12-27 07: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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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간다. 2024년 오늘, 북한 주민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필자는 북한 내 정보원을 통해 북한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입수했다. 특정 지역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북중 국경 연선 지역이 아닌 내륙지역 마을의 장마당을 담은 영상이다.

이같이 지역을 구분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북중 국경 연선 지역은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자의 양이나 종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내륙지역이라 물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마당에 비친 북한 주민들의 삶은 참혹했다.

흙바닥 길에 난전을 펼쳐놓고 판매하는 건 다름 아닌 의약품과 양말, 그리고 농산물이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의약품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찾아보기 어려운 약이라는 점이다.

푯말을 자세히 보니 ‘뭉테기로 나오는 회충약’, ‘집집승주사약’, ‘촌백충약(조충약)’, ‘무좀(습진)’ 등의 약이었다. 탈북민께 영상을 보여주고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촌백충약은 돼지에게 먹이는 기생충약으로, 집에서 인분으로 돼지를 키우면서 촌충이 감염되었다고 한다. 의약품이라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안전성이나 효능을 담보하기 어려운 약들이 장마당 한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배추와 무, 파 등 농산물은 속이 텅 비어 있을 만큼 보잘것없었다. 지난날 북중 국경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겨우 몇 포기의 배추를 등짐에 지고 도시 방향으로 수십 리를 걸어가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양말과 장갑을 펼쳐놓고 판매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북한당국이 평양 양말공장에서 인민들을 위해 양말을 꽝꽝 생산해 낸다는 선전이 얼마나 거짓인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손수레는 또 어떠한가? 수레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작은 철제 프레임에 바퀴는 고무 타이어가 아닌 쇠바퀴로 겨우 굴러갈 정도였다.

북한은 연말에 연일 1년 동안의 성과를 자랑하기에 급급하다. 인민 생활 향상을 내세우며 120% 초과 달성 생산을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인민들을 위한 생필품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방공장을 건설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원료로 특화했다는 주장까지 늘어놓는다.

하지만 실제 북한 내부를 촬영한 영상 속 북한주민들의 삶은 황폐함 그 자체였다. 무표정한 그들의 얼굴에서 얼마나 고된 삶의 시련이 이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알까?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의 행복을 기대하는 연말연시에 북녘 주민들의 시계는 과거에 그대로 멈추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언제가 되어야 저들의 삶에도 희망의 빛이 비칠는지.

 강동완 동아대교수/전 부산하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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