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5-22 06: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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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김정은은 북한 국가사상에서 대변환을 일으켰다. 1945년 한반도 분단부터 줄곧 북한은 자기의 핵심 목표 중의 하나로 ‘북남통일’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 목표를 없앴고 통일이 필요없다고 선포하였다. 북한에서 ‘통일’이라는 단어 자체를 더는 안 쓰게 되었다. 평양 지하철 통일역에서 ‘통일’ 부분은 삭제되었고 지하철역 이름은 그냥 ‘역’이 되었다.
사실 조선인민군 자체는 통일을 위해 세운 조직이었다. 무력 통일에 대한 꿈을 꾸었던 김일성은 국가 선포 전에도 군대를 세우도록 노력하였다. 1950년 이 조선인민군은 남침으로써 무력 통일을 시도하였다가 실패하였다. 6·25전쟁은 1953년에 휴전되지만, 김일성은 무력 통일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1960년대 김일성은 제2차 한국 전쟁을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고, 김정일, 김정은 시대까지 북한군에서 ‘미래의 통일 대전(大戰)’에 대한 선전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올해 북한 국가사상에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었다. 반통일 정책은 북한과 인민군에 분명 무슨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물론 북한군 내부 자료와 2024년 1월 이후 탈북한 북한군 인의 증언을 통해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필자는 본 칼럼에서 이 주제에 대해 상식적인 추측을 바탕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변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1940~50년대 남한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현재와 많이 달랐다. 북한 당국은 남한을 진짜 ‘공화국의 점령된 남반부’라고 보았다. 6·25전쟁 당시 인민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주민들을 북한 사람처럼 인민군에 동원시켰다. 1953년 휴전 협정 이후에도 어떤 국군 병사가 ‘의거입북’ 즉, 월북하면 국군에서 보유했던 계급에 해당하는 ‘조선인민군 군사칭호’를 수여하였다. 예컨대 월북한 국군 중령은 북한 민족보위상 명령으로 인민군 중좌 칭호를 수여받을 수 있었다.
1950년대 처음 생겼다가 1960년대 제도화된 북한 성분 계층 제도가 있다.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제도는 북한 주민을 여러 ‘군중’으로 나눈다. 현재 성분에 관한 북한 내부 문건 중 제일 중요한 건 1993년 사회안전성이 발급한 ‘주민등록참고서’다. 여기서 ‘의거입북자’ 개념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의거입북자’란 남조선 괴뢰 통치 밑에서 살다가 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를 진심으로 동경하여 사선을 헤치고 북반부로 넘어온 사람을 말한다.”
‘의거입북자’는 ‘복잡 군중’에 속했다. 즉, ‘정치범 교화 출소자’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이 사실을 보면 북한 당국이 그때에도 남한 주민들을 믿지 않았다고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후 북한 당국은 월북한 남한인들이 ‘공화국 공민’의 자격이 있다고 보았다. 예컨대 2009년 강동림이라는 남한 사람이 월북했을 때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실을 인정하였고 강동림을 외국인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달라지지 않을까. 월북자를 ‘공화국 공민’으로 인정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이 완전히 다른 나라라면 한국인들은 당연히 북한 국적을 받을 권리가 없다. 이에 북한의 월북자에 대한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정은은 남한을 나라로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대적 국가’라고 선포하였다. 지금까지 북한 선전에서 ‘적대적 국가’는 일본과 미국이었다.
북한 문학의 특징 중 하나는 ‘적에 대한 잔혹’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부분 문화권에서는 적군도 인간이라고 강조하지만, 북한에서는 ‘미제놈’, ‘일제놈’을 때리거나 그들의 두개골을 부수는 등 잔혹한 사살까지도 ‘조선 인민의 적에 대한 복수’라고 본다. 적군에 대한 자비는 수령 또는 수령 후계자의 특권이다. 1968년의 푸에블로호 사건에 관한 북한 소설을 보면 소설 안에 미국인 포로들을 인간으로 본 북한 사람은 김정일뿐이었다. 그렇게 저자는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초인간적인 미덕’을 강조하였다.
북한 선전 특징 중 하나는 미국인, 일본인의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것이다. 이제 한국 사람들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문서가 조만간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썩어버린 남조선’은 ‘해방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적대 국가인 대한민국’은 ‘소멸 대상’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0.73% 차이로 즉,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중 최소 득표율 격차로 당선되었다. 2027년 대선에 진보 진영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에서 좌파 정권이 생긴다면 북한은 ‘반통일론’을 취소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2개 국가론은 단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 표시가 아니다. 2개 국가론의 진짜 목표는 대한민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차기 대선에 진보 정당 소속의 인물이 당선된다면 북한은 ‘북남 우호 관계’보다 ‘조한(朝韓) 우호 관계’ 노선을 내세우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즉, 한국을 완전히 다른 나라로 볼 가능성이 높다. 남북 수교나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 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진보 정권이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지 알 수 없지만, 수락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북한 주민 누구든지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북한에서 떠나 남한에 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지만, 얻는 것도 그만큼 크다. 개인의 자유, 사람다운 삶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혜택이다. 김정은의 2개 국가론의 목표 중의 하나는 그런 희망, 그런 선택지를 없애는 것이다. 김정은의 새로운 국가사상이 성공한다면 이는 김씨 일가에 참으로 큰 승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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