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2-01 08:08:34
- 조회수 : 183
북한의 연말연시 양대 정치행사인 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가 종료되었다. 이 두 회의는 2024년도 정책은 물론 중장기 노선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준거점(barometer)이라는 점에서 주목되었는데, 김정은의 메가톤급 반민족적·반역사적 강성 발언으로 인해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강대강 정책 기조
북한은 양대 회의를 통해 핵전력 고도화와 자력갱생에 기초한 기존의 ‘강대강 정면돌파전’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 같은 강경 노선은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인해 북중러-한미일 신냉전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 하에서 ▲2025년 종료되는 경제·국방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공적 수행과 핵보유국 위상 굳히기 ▲윤석열·바이든 정부의 원칙적 대북정책 ▲4월 한국총선, 11월 미국 대선 국면, 연중 강화될 대중·대러 연대 외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김정은이 우리나라를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남조선 전지역 평정 대사변 준비”를 지시한 것인데 ▲핵무력 증강과 주민통제 강화 명분 확보를 위한 진지전(陣地戰) ▲다양한 온-오프라인 도발과 심리전을 통해 미국 압박-남남갈등 유도를 위한 고지전(高地戰)을 노린 전략전술로 평가된다(1.12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김정은의 2개 국가론(Ⅱ): 진지전과 고지전’ 참조).
대적(對敵) 비상통치
김정은의 반민족적 전쟁 노선은 당·국가 중요회의 연설에서 공개 천명되었고, 향후 헌법 개정을 통해 ‘2개 국가론·핵무력통일론에 기초한 영토 규정을 삽입’하고 ‘남북교류협력·통일과 관련된 기구 폐지, 상징물 철거, 용어 사용 금지’ 등 광범위한 후속 조치로 이어질 것이어서 남북관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 코페르니쿠스적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적으로 북한은 김정은 발언 이후 ▲NLL인근 해안포 연속 사격, 극초음속탄도미사일 발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민족경제협력국-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 교류사업 부서 폐지, 평양방송 송출 중단,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대남선전매체 홈페이지 삭제 등을 이미 실행했으며 ▲앞으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등 남북교류협력 상징물 철거,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 삭제, 헌법에 2개 국가론에 입각한 영토 규정 신규 삽입, 서해 북측 수역 침범 시 전쟁으로 응징 등을 예고한 상태이다.
*북한은 우리의 서해 해상경계선인 NLL을 “정전협정을 통하지 않고 그어진 일방적 기선”이라고 부정하면서 ‘조선 서해 해상군사분계선’(1999년)과 ‘서해 5도 통항질서’(2000년)를 자의적으로 발표한 이후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개 도서는 유엔사 측 관할이지만 도서 주변 수역은 북한 영해”라고 주장해 오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초특급 강경 노선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1972년 ‘10월 유신’을 떠오르게 한다. 즉 박 대통령이 영구집권체제 구축을 위해 한반도 미-중 데탕트, 베트남 전쟁 등 주변 정세 급변과 새로운 대북정책 모색(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비밀 방북을 계기로 한 남북 간 대화 개시)를 활용했었듯이, 김정은은 내부 체제 공고화를 위해 대결과 전쟁을 화두로 꺼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
즉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의 유훈(遺訓)인 연방제 통일론까지 부정하며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2개 국가 간 전쟁’ 카드라는 극약처방을 들고나온 것은 ▲핵-미사일 전력 강화에 대한 자신감과 4월 총선에 즈음한 ‘전쟁이냐 평화냐’의 남남갈등 조장책이라는 점이 드러난 배경이긴 하지만 ▲북한판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남한풍’ 선호 분위기를 보다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미구에 체제가 붕괴(‘흡수통일’)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북한당국의 불안감, 초조함이 수면 하에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즉 같은 민족이라는 개념 하에서의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한 통일전선 정책이 대한민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북한당국의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주민들에 대한 통제강화 명분을 약화시키고 급기야 반체제·반김정은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을 완전 봉쇄하고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사상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인민반 조직운영법(2024.1) 등을 통해 한류문화 확산 차단에 진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어머니 대회’까지 소집하여 가정 내 자녀교육의 중요성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야말로 초특급 극약처방이다. 그러나 과연 김정은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욕구 변화를 짓누르고 자유와 진실의 공기 확산 흐름을 막아낼 수 있을까? 극(極)은 또 다른 극을 부르는 게 세상사 이치이기 때문이다. 독재자들의 말로가 어떤지는 역사가 잘 말해 주고 있다.
대응 방안
문재인 정부는 잘못된 진단과 처방으로 김정은에게 핵능력을 고도화할 시간만 벌어주었다. 그럼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핵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는 진단은 정확히 했다. 그리고 ‘힘에 의한 평화’를 처방전으로 내놓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문제는 세부 실행력과 지속성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말 9·19남북군사합의 잠정유보(南)와 파기(北)가 전주곡이었다면 올해 초부터 시작된 ‘기싸움’은 향후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정상화의 향배를 결정지을 중요한 ‘고지 쟁탈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당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단 발등의 불인 ‘위기관리’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통일정책’도 전면 재검토해 나가야 한다. 김정은은 이미 서해 NLL인근 무력도발을 예고했다. 서해가 첫 발화점,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조기경보 및 도발 시 응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수세적인 입장만 마냥 취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반민족적 전쟁노선 규탄과 인류보편적 가치 구현을 위한 다양한 국내외 활동을 적극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럼 국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북한의 전쟁 공포 조성 기만 심리전이나 해외언론의 무책임한 한반도전쟁 발발 가능성 증대 보도에 불안해하지 말고 정부와 군을 믿고 응원해야 한다. 우리 군이 북한의 NLL 도발 등에 대해 ‘즉(즉시), 강(강력하게), 끝(끝까지)’ 원칙에 입각해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과 2015년 DMZ 목함지뢰 도발 때처럼 성공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고, 철통같은 한미동맹 체제하에서 전면전은 곧 ‘김정은 정권의 멸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문·방송도 그 어느 때보다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한의 ‘전쟁이냐 평화냐’의 남남갈등 조장 심리전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해서는 안 된다. 북한 실체 바로 알리기와 국론통합의 관점이 중요하다. 물론 정치인들의 당리당략, 내부 총질은 더더욱 안 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아니 우리의 역사를 보라. 국가적으로 위기가 도래하면 국민 모두는 시민(市民)이자 군인(軍人)이다. 모두가 하나 되어 자신과 나라를 당당하게 지키며 발전시켜 나가자. 김정은의 못된 버릇을 고쳐 주자. 가짜평화가 아닌 진짜 평화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