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9-06 07: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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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 방문이 실현될 경우 한반도 문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북러 공조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한미일과 북중러가 완연한 군사적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되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은 더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달 러시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해 김 위원장의 방러가 상당히 조기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협력을 전면화한다면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체제에는 심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군이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탄약 등 무기를 공급받고, 러시아는 북한에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첨단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주고받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북한에 대량살상무기(WMD)는 물론 모든 재래식 무기의 수출입·판매·이전을 금지한 안보리 대북 제재를 상임이사국이 앞장서 무너뜨리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안보리에서는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북한 도발에도 새로운 대북 제재가 채택되지 못하고 있지만, 정상회담을 통한 북러 군사협력 합의는 강대국이 지정학적 경쟁 논리를 앞세워 국제사회가 합의한 제재 체제를 무력화하는 중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안보리에서 중국·러시아는 미국이 한미·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지정학적 이득을 챙기기 위한 빌미로 북핵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며 되레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핵 잠수함의 한반도 전개 등을 거론하면서 "국제 평화와 안보의 진짜 위협 요인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안보리에서의 공방 수준으로 부각됐던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전선이 군사적 차원으로 본격 확대될 수도 있다.
최근 1∼2년 사이 북한은 동북아에서 형성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면서 자신들의 핵·미사일이 중국·러시아에 외교적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 왔다.
이어 지난 7월 중·러와의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외교로 코로나19 빗장을 풀고 북러 군사협력 논의를 본격화한 뒤 빠른 속도로 러시아와 정상급 교류까지 추진하며 공조 보폭을 넓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극동 지역 전력 공백이 발생한 러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태세 강화를 노리는 중국도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일정 부분 호응하는 모양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군사적 경쟁 구도는 불가피해졌다"며 "북한이라는 말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동북아 역학 체스판이 완벽한 '강 대 강' 경쟁구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미일이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반도를 넘어선 인태 역내 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안보협력체로 거듭난 데 대응해, 북중러도 역내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공동 대응을 모색해 나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북한·중국·러시아가 사상 첫 연합훈련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시할 만한 대목이다.
이미 우리 안보당국은 한반도 인근에서의 중러 연합훈련 움직임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1일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달 우리 동해 NLL(북방한계선) 바로 위에서 중러가 처음으로 연합 해상훈련을 했다. 이런 것들은 저희도 굉장히 주목하는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핵 문제가 한반도를 넘어선 강대국 간 전략경쟁의 '종속변수'가 되어가는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구도가 고착된다면 결국 한국의 대북정책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운신의 폭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대러시아·대중국 관계 관리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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