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협박' 더 노골화한 北, 더 중요해진 확장억제
  • 북민위
  • 2023-02-10 06:45:23
  • 조회수 : 81

북한이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주석단에 올라 아버지 옆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남한과 미국을 향해 핵 협박을 노골화하면서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다지는 거대한 군사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고체연료 엔진 ICBM의 등장이다. 열병식을 포착한 위성사진에선 화성-17형 ICBM 발사차량 행렬에 뒤이어 고체연료 ICBM 이동식 발사대로 추정되는 차량 4대가 식별됐다. 기존의 화성-17형은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해 연료 주입 시간이 길고 외부에 노출되기도 쉽지만, 고체연료 ICBM은 신속 발사가 가능하고 이동식 발사대(TEL)에 탑재할 경우 은닉하기도 쉽다. 

미국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로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낸 것과 다름없다.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것이 설사 모형이라고 해도 고도화된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에 비춰볼 때 실전배치는 시간문제라는 엄중한 인식이 요구된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 전술핵운용부대를 처음 등장시킨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전술핵운용부대는 지난해 10월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그 존재 사실이 공개된 부대로,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핵 탑재 단거리 미사일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 부대의 실체를 드러낸 것은 우리를 향한 핵 선제타격 위협이 결코 엄포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은 열병식에서 연설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참석해 "조성된 정세에 대처해 전쟁준비 태세를 보다 엄격히 완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7일 건군절 기념 연회에 10살로 추정되는 딸 김주애를 대동했다. 김주애 뒤에 고위 장성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기념촬영을 하고 이날 열병식에도 딸을 주석단 중앙에 세웠다. 

북한 매체는 지난해 11월 ICBM 발사 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불렀다가 이번 연회와 열병식에선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의 후계자로 김주애로 낙점하고 김일성, 김정일에 이은 4대 세습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른바 백두혈통의 세습과 체제 안전을 위해서라면 미국과 남한과의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로 봐도 무리가 없다.

북한이 핵 위협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지만, 핵이 없는 우리에겐 미국의 핵 확장억제 공약 외에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게 답답한 현실이다. 북한의 핵 도발 의지를 꺾으려면 무엇보다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가다듬고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연합훈련 등 실효적 대책 마련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국가 안보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자세를 갖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저지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