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북한군부 쿠데타
  • 북민위
  • 2023-02-28 06: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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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전 『김정은 후계자』(2.13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참조) 문제를 기고한바 있다. 동정론에서는 북한군부 쿠데타, 즉 ‘군부 인물 중 누가 김정은 이후 정국을 주도할 인물이 될 것인가’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혁명 세력은 이념과 정책을 김정은과 완전히 달리할 것이므로 주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사람이 ▲북한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고 ▲특히 군부 실세들이 강등과 혁명화 교육 등 갖은 수모를 겪고 있는데 ▲왜 개발도상국의 일반적인 현상인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래서 북한군부 쿠데타 문제에 대한 제 소견을 간략하게 전하고자 한다. 아쉽게도 그 답은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5가지로 대별하여 얘기하겠다.

요인군부 분산·견제 장치

가장 먼저, 북한 특유의 군부 분산·견제 장치다. 쿠데타의 생명은 비밀 유지인데, 북한 사회에서는 이중 삼중의 감시·견제 장치로 그야말로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보위 계통에서 파악하고 있다. 군부대를 통솔하는 지휘관 옆에는 군 총정치국 소속의 정치위원이 항상 있다. 결재 권한까지 공유하고 있다. 부대에 두 명의 지휘관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군 보위사령부를 비롯해 국가보위성 등 핵심 공안 부서들의 첩보망이 이중 삼중으로 작동하고 있다. 모든 지휘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상부에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그 누가 감히 딴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

요인: 3인 이상 회합 시 사전 신고제

다음으로, 주민 생활의 바이블인 유일영도체계 확립 10대원칙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수령을 제외한 다른 인물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3인 이상 회합 시에는 사전에 계통 보고를 하게끔 되어 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결혼이나 장례식과 같은 공인된 장소에서의 만남 이외에는 서로 만나지 않고 사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반역 모의를 할 수 있을까?

유일영도체계 확립 10대원칙(1974년 제정, 2013년 개정)

(제6조 4항) 개별적 간부들에 대한 환상, 아부아첨, 우상화를 배격한다.

(제7조 7항) 세도와 관료주의, 주관주의, 형식주의, 본위주의를 비롯한 낡은 사업 방법과 작풍을 철저히 없애야 한다.

(제9조 6항) 개별적 간부들이 월권행위를 하거나 직권을 탐용하는 것과 같은 온갖 비원칙적인 현상을 반대하여 적극 투쟁하여야 한다.

(제9조 7항) 친척, 친우, 동향, 동창, 사제관계와 같은 정실, 안면관계, 돈과 물건에 따라 간부 문제를 처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묵과하지 말고 강하게 투쟁하여야 한다.

(제9조 9항)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에 어긋나는 비조직적이며 무규율적인 현상에 대하여서는 큰 문제이건 작은 문제이건 제때에 당중앙위원회에 이르기까지 각급 당조직에 보고하여야 한다.

요인도청

셋째, 이렇게 회합을 못 하는 것과 더불어, 모든 전화나 대화는 상시 도청되고 있다. 북한의 당·정·군 간부들은 국가가 배분한 집에서 살며 차를 탄다. 미행 감시는 기본이다. 도·감청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당국이 집 전화는 물론 휴대폰, 메일 등 모든 통신수단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북한이다.

요인평양방어부대의 막강한 위력

넷째, 평양방어사령부, 호위사령부 등 김정은을 호위하는 특수부대들이 정규군보다 숫자는 적지만 훨씬 더 막강하다. 그리고 이 부대들은 군 총참모부 명령이 아닌 김정은의 직접 지시를 받는 부대들이다. 따라서 전후방 지역에 주둔한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킨다고 해도 어떻게 평양방어선을 뚫을 수 있을까? 특수부대들은 누구에게 더 충성할까?

요인군부내 신민적 문화

다섯째, 군부내 신민적 문화다. 북한 군부는 수령과 당의 군대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집단이다. 그렇게 훈련되어 있다. 자유민주 사회처럼 국가의 미래와 국민을 생각하는 집단이 아니다. 계급을 강등시켜도 “다 김정은의 뜻이다. 혁명화 처분을 안 받은 것만 해도 큰 다행이다. 반성하고 더 열심히 하면 다시 신임을 주실 것이다”라며 충성을 맹세하는 게 북한 군부의 실상이다. 수천 명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군 서열 1위가 김정은에게 무릎 꿇고 입을 가리며 보고하고, 김정은의 어린 딸 김주애에게 폴더인사를 하는 게 전혀 아무렇지 않은 문화다.

맺음말

이처럼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여름철에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격에 비유할 수 있다. 영화 <강철비 2: 정상회담>(2020)과 같은 상황은 픽션 속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상당수 사람들은 김정은의 눈 밖에 난 핵심 측근 중 누군가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제2의 김재규’와 같은 인물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소망을 표시하곤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김정은 측근이라면 자기도 3대째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데 무엇 하러 목숨까지 걸어가며 어려운 길을 택할까?

그리고 974부대와 같은 밀착 경호원들만이 총탄이 장전된 총을 휴대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빈 총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총이나 칼을 가지고 김정은에게 접근할 수 없다. 심지어 국가보위상이라고 할지라도 ‘1호 행사’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 이중 삼중의 경호 체계 속에서 암살 등 돌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 판단이다.

쿠데타와 암살의 생명은 ‘비밀 유지’와 ‘결사’다. 북한에서는 그러한 환경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거미줄 같은 감시 체계와 사상교육으로 인해 군은 그야말로 어항 속의 금붕어, 사냥개처럼 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향후 북한군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스스로 혁명을 도모하기보다는 김정은 유고와 같은 급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새로운 지도자를 옹위, 보위하는 중추 세력으로서의 역할 정도다. ≪김정은 참수작전≫의 해답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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