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에 선 9·19 군사합의
  • 북민위
  • 2023-01-05 07: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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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군으로부터 북한 무인기 대응 관련 보고를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한다. 9·19 군사합의는 5년전 9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 군사분계선(MDL) 일대 포사격과 기동훈련, 항공기 실탄사격 금지 등이 담겼다. 남북은 이에 따라 비행금지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했다.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도 합의서에 포함됐다.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방지하는 '안전판'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우리 군과 당국의 대응을 자제시켜 결과적으로 군 기강 등 안보 역량의 저하를 야기하는 족쇄가 되어 왔던 것도 현실이다.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폐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9·19 합의에서 파생되는 이런 비대칭의 폐단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9·19 합의가 북한에 의해 휴짓조각이 됐다는 현실 인식도 물론 반영됐을 것이다. 북한은 최근 잇단 도발로 합의를 계속 위반했고, 지난달 26일엔 무인기를 우리 영공에 침범시켜 서울 상공까지 휘젓고 다니며 우리 군과 국민을 농락하기까지 했다.

 그래놓고 북한 김정은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측은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이라며 남한을 사정권에 둔 전술핵 다량 생산을 공언했다. 입만 열면 "동족에는 핵을 쏘지 않는다"던 북한이 이제 남한을 주적으로 삼고 핵 공격을 대놓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9·19 군사합의가 북한의 막가파식 행보 탓에 오늘 당장 파기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파기를 먼저 거론하거나 군사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것은 북한의 무력 도발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기에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우리 내부 현실을 비춰볼 때 자칫 국론분열도 초래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신중하게 대북정책 기조와 방향을 검토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당면한 북한 위협에 결연히 맞서고 도발을 저지할 수 있는 군사 대비 태세를 점검하면서 북한의 도발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면밀히 다듬는 것도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군에 합동 드론부대 창설을 비롯해 북한 도발에 대한 현재의 비례적 수준을 넘는 압도적 대응 능력을 주문했다고 한다. '압도적 대응'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미국 등 우방과의 군사기술 협력과 재정지원 확대 등도 필요하지만 '행정군대'로 전락한 군 체질 개선과 기강 확립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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