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3년7개월만 인적왕래 재개…북한, 꽉 닫은 국경 다시 열까
  • 북민위
  • 2023-08-17 06: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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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4년 가까이 중단됐던 북한·중국 간 대규모 인적 왕래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16일 양국을 잇는 압록강철교(중국식 명칭은 중조우의교)에서 포착된 버스 행렬이 북한 국경 개방의 가속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북한은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되면서 외국인 대상 단체 관광과 비자 발급, 정기 여객열차 운행 등을 전면 중단하며 국경 봉쇄 조치를 시작했다.

이후 주민들의 해외 출장 등 공적 목적의 왕래나 무역을 간헐적으로 허용하는 등 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도 했지만, 그해 8월부터는 국경으로부터 1∼2㎞ 지역에 접근하는 사람과 짐승은 무조건 사살하라는 새 지침을 내리며 초강경 봉쇄를 이어 나갔다.

방역을 위해 최대 우방이자 제1 교역상대국인 중국과의 인적·물적 왕래 단절까지 감수한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이후 물자난이 심화하자 북한은 지난해 1월 중국을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올해 들어선 함경북도 나선시 원정리∼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훈춘, 함경북도 무산군∼중국 지린성 난핑 통상구 등 구간에서 제한적으로 화물 트럭 운행을 다시 시작했다.

덕분에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억3천500만 달러(약 1천7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75% 증가한 것은 물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24.6% 늘었다.

이날 압록강철교의 버스 행렬은 3년 7개월 만에 상당수의 북한인이 중국으로 건너간 것이라는 점에서 북중이 물적 교류에 이어 인적 왕래까지 정상화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일(북한식 명칭은 전승절)을 맞아 중국·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면서 '외국 손님'을 맞아들인 바 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를 두고 "북한이 최근 전반적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조처를 했고, 국제 스포츠행사 참가를 준비하는 동향 등으로 볼 때 어느 정도는 (국경 개방이) 시간문제인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이날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향한 버스들이 카자흐스탄에서 19∼26일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ITF를 통해 동구권 국가에 태권도를 보급,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은 이번 세계선수권에 100여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선수단이 대회 참가를 위해 이날 버스를 타고 중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소식통들은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에 발이 묶여 체류 중이던 유학생 300∼400명 등 북한 사람들을 조만간 단체로 귀국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런 추정들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일회성 이벤트'라는 점에서 본격 왕래 정상화 단계로 들어갔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일상 회복에 들어간 중국과 북한의 사정은 다르다는 점 역시 북한의 봉쇄 해제 속도에 영향을 줄 변수다.

물품 교역이나 양국 정부 주도 교류는 불가피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북한 입장에서 전면적인 국경 개방은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외교가에서는 다음 달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관련 조건을 가늠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일부 종목에 대표선수를 등록하는 등 출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참가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아시안게임이 막혀있던 중국과의 하늘길을 다시 여는 '예행연습'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국경 개방이 본격화하면 봉쇄 끝에 세계 각지로 나갈 수 있게 된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한 관광산업도 활기를 띠게 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단계적·선별적으로 허용해온 자국민 해외 단체관광을 이달 한국 등 138개국을 대상으로 사실상 전면 재개했으나, 북한은 이 명단에서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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