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2-16 07: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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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 극비리에 공식 외교관계를 맺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쿠바에 수교 교섭을 처음 제안한 지 24년 만에 이뤄낸 기념비적인 외교 성과다. 쿠바는 2015년에야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한 서방의 적성국가였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떠나 쿠바와의 수교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공유를 중시하는 가치외교에 무게를 둔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5월 당시 박진 외교장관이 국제회의에서 쿠바 외무 차관을 만나 수교를 제안하는 등 쿠바 문제에서만큼은 역대 정부의 태도를 이어받았다. 한국 외교지평을 더 한층 넓힌 우리나라와 쿠바 간 외교관계 수립을 환영한다.
양국 수교는 쿠바가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쿠바와 북한이 전후 냉전시대부터 지금까지 피를 나눈 형제 이상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쿠바는 1949년 한국을 승인했지만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한 이듬해인 1960년 북한과 국교를 맺으면서 한국과의 교류를 끊었다.
소련과 중국이 참가한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북한과의 의리를 들어 대회를 보이콧했고, 2018년에는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이었던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며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쿠바가 북한의 극한 반발을 무릅쓰고 한국의 손을 잡은 것은 김정은 정권의 자업자득으로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명분 없는 핵무기 개발에 국력을 낭비하고, 그것도 모자라 동족인 우리를 향해 핵무기 선제 타격을 겁박하고 나선 김정은 정권의 폭주를 더는 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쿠바가 한국과 수교하면서 북한이 단독 수교한 유엔 회원국은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등 2곳만 남게 됐다. 북한은 자신들이 형제국으로 여기는 쿠바마저 한국의 손을 잡게 된 이유를 돌아보고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무모한 핵개발 등 군사 도발에 몰두하면 할수록 대북 제재가 강고해지고 국제적 고립이 심화한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 스스로 잘 알 것이다.
한·쿠바 수교로 무역 등 경제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쿠바를 방문하는 우리 여행객 수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광을 비롯한 산업 각 분야의 접촉과 교역 확대가 예고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쿠바 진출 기반을 확충하는데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쿠바 국민들의 관심도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엔 일제강점기 때 멕시코에서 이주한 한국인들의 후손 1천여명이 살고 있고, 이들이 K컬처 전파와 확산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류 팬클럽에서 활동하는 쿠바인이 1만명 정도라고 한다. 양국 수교가 외교와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세심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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