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2-24 0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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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김정은의 음악정치가 요란하다. 지난 1월 13일 <제8차당대회 경축 대공연>을 시작으로, <설맞이 기념공연>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경축공연>까지 약 한 달 새 무려 세 번의 공연을 개최했다.
특히 <제8차당대회 경축 대공연>은 ‘5천명 대공연’이라 부르며 집단체조까지 동원되었다. 실내 공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김정은의 관람 이후 평양에서 10일 동안이나 연이어 개최된 이 공연에는 삼지연관현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 왕재산예술단 등 북한의 전 예술단이 참여했다.
북한은 주요 행사 때마다 음악공연을 개최한다. 그중에서도 김정은이 관람한 공연은 더욱 의미를 부여한다. 음악정치라 부를 만큼 선전선동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에 대부분 김정은과 당을 찬양하는 노래가 주를 이룬다. 김정은이 관람한 이번 세 차례의 공연을 보며 문득 북한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몇 가지 사안들이 눈에 띈다.
첫째, <제8차당대회 경축 대공연>에서 소년단 아이들의 축하 낭독 장면이다.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갖추고 ‘소년단 행진곡’을 부르며 등장한 아이들은 목소리 높여 “김정은 원수님 고맙습니다”를 외친다. “우리들의 소원 중의 소원은 김정은 원수님의 안녕입니다”라는 내용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자신들의 부모님들에게 당부한다는 말이 “더 열심히 일해서 원수님의 수고를 덜어드리라”는 것이다. 그 어디에도 10대들이 꿈꿀 찬란한 미래의 소망은 찾아볼 수 없다.
둘째, <설맞이 공연>에서 김정은이 출연진에게 보인 행동이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로 내려간 김정은은 출연진들과 한 명씩 악수를 하며 격려한다. 그런데 다른 출연진들과는 간단히 악수만 건네는 반면, 김태룡이라는 남자 가수에게는 귓속말과 함께 얼굴을 쓰다듬는다. 과연 성인 남성에게 할 수 있는 행동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기념사진을 찍을 때 김태룡이 김정은의 손등을 토닥토닥해주는 모습이다. 대체 어떤 관계이기에 그리고 김태룡은 누구이기에 이토록 김정은의 총애를 받는지 궁금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공연이 끝나고 5일 뒤 <광명성절 경축 공연>에서 김태룡은 일약 스타로 떠오른다. 애국가를 독창으로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 공연의 모든 순서를 거의 독차지할 정도다. 최고지도자의 관심이 곧바로 공연구성에 반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아버지인 김정일 생일(광명성절로 선전) 기념 음악회에서 같은 곡을 두 번이나 앵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셋째, <광명성절 경축 공연>에서 김정은이 재청(앵콜)을 하는 장면이다. 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의 “친근한 이름”이라는 곡이 끝난 후 김정은은 무대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재청을 지시한다. 1부와 2부로 진행된 이 공연에서 2부 공연이 끝난 후 다시한번 이 곡을 재청한다. 김정은 시대 음악공연에서 김정은이 재청을 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같은 곡을 두 번씩이나 부르게 하는 즉흥적인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을 비롯해 수백 명의 참석자들이 공연을 관람했지만 정규 순서와 상관없이 김정은의 손가락 하나 까딱한 것이 공연구성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공연장 중간에 마련된 특별석에 앉아 공연 중에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최고권력자의 위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얼마 전 금연법을 제정해 사회주의준법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최고지도자는 법위에 군림하는 독재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독재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최고지도자 한 사람만을 위해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음악 공연에서조차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는 음악공연을 보며 북한정권의 실상을 다시 확인한다.
공연 중 무대 배경화면에는 연신 <사회주의는 우리 존엄>, <부흥번영의 리상사회>, <사회주의는 우리 존엄>, <자자손손 락을 누릴 사회주의 우리 집>이라는 선전문구가 새겨진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이 과연 독재자 한 사람만을 위한 연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희대의 독재자 김정은의 음악포성은 오늘도 계속되고,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아우성은 그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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