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1-07 07: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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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년 초 개최가 예고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5일 개막했다. 북한의 노동당 대회는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최대 정치행사다. 노동당 영도 체제로 짜인 북한에서 공식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포함한 결정 사항들은 한국과 미국, 중국 등 한반도 밀접 관련국들의 각별한 주목을 받는다.
김 위원장은 일단 개회사의 초점을 주로 경제와 코로나19 사태 대응, 수해 복구 등 내부 사안에만 맞췄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했다"며 경제 실패를 자인했다. '엄청나게'란 표현을 쓴 것으로 보면, 경제난이 심각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에 따른 미국과 유엔의 경제 제재 지속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쳤고 거기에 막대한 수해까지 당한 결과다. 실패 원인을 대외 환경이 아닌 내부로 돌리는 분석도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어떤 타개책이 제시될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이 내부 노력만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남북, 북미 관계에서 새 돌파구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외부에서 북한을 바라볼 때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새해 대미, 대남 정책 방향이다. 북한은 이번 8차 대회에서 사업총화(결산) 보고를 통해 향후 5년간 대외 정책과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다. 북한은 6차 당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안했고, 2016년 7차 당대회에서는 '경제·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명문화했다.
당대회 때마다 핵심 방향을 설정한 게 관례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대북 접근 방식의 변화가 예고된 터여서 8차 대회에서 어떤 대미 노선이 채택될지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대회 초반이어서인지 대외 전략과 관련해서는 '조국통일 위업, 대외관계 진전과 관련한 중요 문제들을 제기하게 된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눈에 띄는 정도다.
대외 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할 전략 마련은 어느 때보다도 특수한 환경에 처한 북한에는 지극히 난해한 과제다. 김 위원장이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는 듯한 경제, 민생 문제는 미국 등 국제 사회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다. 그만큼 이번 당대회는 대외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북미 관계는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사한 톱다운 방식의 북한 비핵화 일괄타결 시도가 실패로 끝난 뒤 실무 중심의 깐깐한 협상을 예고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출범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도 정상 간 친분을 내세운 대미 협상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등 국내 문제와 이란 핵 합의 복원 이슈 등으로 인해 북한 문제를 뒷순위로 밀어 둘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북한이 핵 무력과 경제의 병진 노선 고수와 자력갱생을 외쳐 왔지만,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손에 쥐고 흔들며 경직된 태도만 고수할 상황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관망이 길어질 경우 국면 전환을 노린 북한의 무력 시위 같은 무도한 시도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미중 관계 경색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미 관계 악화는 현실적으로 북한의 고립과 경제난을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이 문을 열고 있는 만큼, 남북 관계에서도 북한의 의지만 있다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상 남한 공무원 피격 사망 같은 악재도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설 중간에 울먹이기까지 하며 부쩍 민생을 중시하는 '애민' 행보를 보였고, 남북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친 바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남북 간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확보 같은 당장 필요한 협력 사안이 있다. 북한이 새해를 맞아 우선 남북 관계에서만이라도 조건 없이 대화의 장으로 나서는 통 큰 면모를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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