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0-12-14 07: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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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2주일간의 일정으로 서해안 인근 섬에 출장을 다녀왔다. 행정선을 타고 가야 할 만큼 북한과 인접한 작은 섬이었다. 해안가를 거닐던 중 쌀과 USB가 든 페트병을 하나 주었다. 한국의 어느 대북단체가 북한에 보내는 물건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출장을 다녀와서 USB 파일을 확인해 보니 굉장히 많은 동영상 파일이 들어 있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설명하는 자료는 물론 한국 가수의 공연과 성경이 파일로 담겨 있었다.
누군가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밤새워 가며 제작을 했을 것이다. 아마 강화도나 김포지역에서 물때에 맞춰 보냈다면 약 100km이상 망망대해를 떠밀려 온 것이다. 북한 지역과 불과 약 2-3km를 앞두고 이곳에 불시착했다. 못내 아쉬움과 안타까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행으로 여긴 건 분명히 한 개만 보낸 건 아니기에, 나머지는 모두 북한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주요 이슈다.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의 핵심은 남한의 누구라도 북한을 향해서 전단을 뿌리거나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을 절대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할 수 있을지, 어떤 콘텐츠를 보낼지를 고민해 왔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활동을 하는 모든 단체는 물론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도 문제가 된다.
대한민국은 분명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그런데 정부가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려 한다. 법안을 발의한 송영길 의원이나 정부는 이 법안이 접경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법안의 내용을 보면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의 행위도 금지한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바로 북한의 입장이다. 지난 12월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2차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류입, 류포행위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를 굳건히 수호함으로써 사상진지,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더욱 강화하는 데서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들을 규제하였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북한 내부로 들어오는 외부정보를 차단하고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북한에서는 외부정보 확산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고, 남한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을 통해 보내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남북한 당국이 나서서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통제해도 되는 건지, 주민들의 자유로운 활동인 기본권을 제약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에게 입을 열어줄 쌀과 함께 눈과 귀를 열어줄 외부정보는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이다.
우리는 밥만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눈과 귀를 가졌다. 우리와 똑같이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줄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법으로 엄격히 통제하고 잠재적인 범법자를 만들려 한다. 누구를 위한 정부이며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악법 중에 악법이며 위헌의 소지가 있는 이 법안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민간단체에서 불철주야 북한 주민을 위해 정보를 보내는 노력이 수포가 되지 않도록, 외부정보를 간절히 기다리면서 세상에 눈떠가는 북한 주민을 위해서라도 이 법안을 막아야 한다.
나중에 북한 주민들에게 죄스럽고 부끄럽지 않으려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그리고 경제적 풍요로움을 그들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 주민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이 법안은 결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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