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0-06-25 07: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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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총참모부가 일주일전 공언했던 대남 군사행동 계획이 전격 보류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에 비준을 요청했던 군의 군사행동 계획을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 예비회의까지 주재하면서 보류시켰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파국을 부를 실제 군사행동에 돌입하기 직전 제동을 건 셈이다.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는 시의적절한 결정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북한은 금강산·개성공업지구 병력 전개,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복원,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 '4대 조치'를 취했을 터였다.
이는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지켜본 가운데 맺은 '남북군사합의서'의 파기를 뜻한다. 북한의 군사행동은 우리 군의 대응과 맞물리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급속히 끌어올렸을 것이다. 군사합의서는 그동안 남북 간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북한의 개성연락사무소 건물 폭파로 두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은 훼손됐지만, 군사 분야에서 판문점선언을 뒷받침하는 군사합의서는 손대지 않아 다행스럽다.
극단적 대남 공세를 펼치던 북한의 유화적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북한은 사흘 전 최전선에 다시 설치한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 10여곳을 철거했다. 또한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24일자에 대북전단 비난 기사는 없었고, 대외 선전매체들의 관련 기사도 모두 삭제됐다.
'보복' 차원의 대남전단 살포 행위도 유보할 것으로 보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 4일 남북관계 총파탄을 경고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북한이 취한 일련의 자해성 남북관계 파괴 조치나 문 대통령을 향한 '독설' 등을 고려하면, 확연한 변화다. 진정 국면에 접어든 점은 다행이지만, '대남사업의 대적사업 전환'을 선언했던 북한의 공식 입장이 아직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은 끊겨 있고, 개성연락사무소 건물은 폭파된 채로 남아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 모처럼 조성된 이 국면을 잘 살려서 남북관계의 조속한 복원을 이뤄내야 한다. 그러려면, 냉각기를 두되, 남과 북이 각자 관계 복원에 필수적인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하면서 신뢰를 되찾는 것도 방법이다.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은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대북 스탠스와 관련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을 확인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한다. 동생인 김 제1부부장에게 '악역'을 맡기고, 남북간 채널 전면 차단과 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군사행동 돌입 경고, 문 대통령 창피주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극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가늠해 보고자 했을 수 있다.
예상과는 달리, 우리 정부가 저급한 감정적 대응을 삼간 채, 자신들의 불만을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화해협력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는 모습을 나름대로 의미 있게 평가했을 법하다.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원천차단하려는 우리 정부와 지자체, 국회의 노력도 확인되고, 경위야 어떻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퇴도 김 위원장의 심경 변화를 촉발한 계기였을 수 있다.
또한 슈퍼매파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회고록에서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행보'가 역설적으로 확인된 것도 심경에 영향을 줬을 수 있는 요인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최악의 무지무능 정권'이라고 조롱했지만, 실제로는 볼턴 등 일부 미 행정부 고위 참모들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북미 정상회담의 방해자들은 따로 있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능동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대남 군사행동 계획의 '보류'라는 것은 수가 틀리면 언제든지 다시 실행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 확인됐지만, 당분간 구체적 실천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까지와 같이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에 담긴 약속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새로운 화해협력 공간을 창출하려는 모습을 북한은 물론, 우리 국민에게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북전단살포금지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시작으로 하고, 6·15 공동선언에서 판문점선언에 이르는 남북 정상 공동선언문의 국회 비준, 필요할 경우 국가보안법 제7조2항(찬양고무) 개정 등도 검토해볼 만하다.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대북 제재 완화나 남북관계 진전은 불가하다'는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공석인 통일부 장관에는 북한을 상대하고 미국 조야를 설득할만한 중량급 인사의 기용을 검토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이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상상이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쇼'였다는 볼턴의 주장을 반박하는 차원에서라도 미 대선 전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건 어떨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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