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5-16 06: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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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대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새로 개발한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미사일이 최고고도 2천111.5㎞까지 상승비행해 거리 787㎞ 공해 상의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가혹한 재돌입환경 속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이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마지막 단계로 꼽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전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나흘 만에 시험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미사일의 최고고도와 비행 거리를 고려하면 사실상 ICBM급이라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나왔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타격 능력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고도로 정밀화, 다종화된 핵무기들과 핵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어나가라"고 지시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당장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화에 나서더라도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해 협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화성-12형'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1t가량이고, 지난 3월 공개된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이 사용된 것 같다고 한다. 이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줄이면 미국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고, 2단 추진체 엔진까지 결합하면 미국 본토까지 타격권에 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기술적 특성, 엔진 신뢰성 확보 주장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북한의 ICBM 능력 확보는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다른 차원의 심각한 안보위협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한미동맹의 근본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시 북한이 ICBM을 내세워 미국 주요 도시에 핵미사일 공격 위협을 하면 미국이 핵 공격을 두려워하는 국내 여론에 밀려 한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자국 본토 수준의 핵우산, 재래식 무기, 미사일방어체계 등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에 근거한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더는 받지 못하고 북한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도 더 긴밀히 협의해야 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미동맹의 핵심인 미국 확장억제력의 실효성이 확보돼야 한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는 이날 "한반도 평화는 북미 간 문제"라며 한국이 끼어들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겠다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이 새로울 것도 없지만 우리로선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방한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 일행을 비롯한 미 당국과 한미정상회담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 안보 현안을 더욱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도 새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 인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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