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엉뚱한 곳에서 변죽 울리지 말고 당국 대화 응할 때
  • 관리자
  • 2014-12-26 1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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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각각 친서(親書)를 보냈다. 김대중재단 관계자와 현 회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김양건 노동당 대남(對南) 비서를 만나 직접 받아왔다. 김정은은 서신에서 얼마 전 김정일 3주기에 두 사람이 조화를 보내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통일 숙원을 이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양건도 양측에 "6·15 선언 15주년인 내년이 금강산 관광, 5·24 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정은이 3년 전 권좌(權座)에 오른 뒤 관(官)·민(民)을 통틀어 우리 측 인사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북의 대남 정책을 맡고 있는 김양건이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끈다. 문제는 이런 신호(信號) 전달이 우리 정부 당국이 아닌 민간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양건도 말했듯이 북한은 지금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對北) 제재 조치 해제를 바라고 있다. 모두가 남북 당국 간 공식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풀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북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북은 엉뚱하게 우리 측 민간인들에게 자기들 희망 사항을 전달했다.

김정은은 석 달 전에도 측근 3인방을 특사(特使)로 인천에 보내 우리 당국자들과 '10월 말~11월 초 2차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에 합의토록 했다. 당시 북은 아무 전제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 회담에선 김양건이 이번에 말한 남북 간 현안들이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은 돌연 우리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트집 잡아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랬던 북이 이제 와서 전(前) 정권 사람과 금강산 관광 사업자만 개성에 따로 불러 '최고 존엄'의 친서를 주며 내년을 '남북 관계의 대통로로 만들자'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정은은 올해 아버지 김정일의 3년 탈상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어 가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기존 핵 제재에 더해 이제는 인권(人權) 탄압 문제로 북을 압박하고 있다. 북 체제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북의 고위급 인사들이 올해 내내 미국과 유엔·유럽·러시아를 방문해 백방으로 뛰어봤지만 어디서도 폐쇄적 국면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북도 남북 당국 간 회담만이 국제사회와 대화할 통로를 열 수 있고 경제적 어려움에서도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만할 때가 됐다. 북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와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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