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2-03-28 1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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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주석께
안녕하십니까?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대한민국을 방문하신 후진타오 중국 주석님을 환영합니다. 평범한 서울시민인 저는 평양 출신의 소설가 림일입니다. 1996년 11월 평양을 떠나 베이징을 경유해 쿠웨이트로 가서 근무하던 중 이듬해 3월 이곳 서울에 왔습니다.
제가 평양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중국에 대한 교육은 참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만리장성을 쌓은 위대한 민족, 정의와 불의가 분명하며 성실하고 근면한 중국 인민들은 북한 주민의 친근한 벗이며 형제라고 배웠습니다. 제가 생애 처음으로 밟은 외국 땅 중국은 창조와 혁신, 그리고 천지개벽 그 자체였습니다. 저의 중국과의 인연은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하룻밤 묵은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중국에 대한 나쁜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중국에 크게 감동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1997년 4월에 있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조선노동당 국제비서 황장엽 선생의 대한민국 망명 때 중국이 취한 조치입니다.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황장엽 선생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국제법에 따라 예우를 갖춰 철통경호로 한국 망명 경로를 열어준 중국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아니, 저뿐만이 아니라 한국민과 중국 인민들, 온 세계인이 중국의 신사다운 선택을 환영했고 한 폭의 아름다운 명화로 심장에 기억했습니다.
후 주석님! 그런데 요즘 세계적인 이슈인 탈북자 북송 문제를 보면서 자칫 중국의 위상에 오점이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됩니다. 공들여 쌓아올린 위대한 산업발전, 성공적으로 개최한 올림픽, 윤택해진 인민들의 생활수준 등이 탈북자 북송 문제로 먹칠당하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후 주석님, 부디 선처해 주십시오. 1년에도 수천 명의 북한 주민이 변방 지역에서 중국 공안에 붙들려 북한으로 넘겨지고 있습니다.
그냥 배가 고파서 고향을 등지고 탈출한 사람들입니다. 어디 부족한 사람도 아니고 범죄인은 더욱 아닙니다. 평생을 멀건 죽으로 살아가는 무지몽매하고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1960년대 가난했던 중국 인민들과 똑같습니다.
장쩌민 주석님의 극진한 배려로 평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서울로 오셨던 황장엽 선생이나 변방 지역의 구류장에서 북송 대기중인 탈북자들이나 다 같은 주민입니다. 부디 고려해 주십시오. 혈맹 사이인 북한과의 협정도 있겠지만 우방인 한국과의 관계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 최고지도자 한 사람의 눈치를 보십니까? 나라와 국법, 국제법도 사람이 만들고 사람을 위해서 필요한 것 아닙니까? 철창 속에 갇힌 외국인인 그들도 중국 인민의 형제이고 친구입니다.
존경하는 후 주석님! 주석님께서도 일국의 정상이기에 앞서 자식을 둔 아버지가 아니십니까? 한 여인의 남편이고 가장이십니다. 자국민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웃의 인민들까지 한 품에 안는 자애로운 심정으로 부디 선처해 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 주십시오. 강제로 북송하느니 차라리 독약을 달라는 그들의 애절한 절규를 들어 주십시오.
평화의 상징 올림픽을 개최한 중국 땅에서 두려움에 떠는 그 가난한 외국인들의 아픈 눈물을 닦아 주십시오. 재임기간 수십 년 동안 골칫거리였던 탈북자 문제를 가장 인도적으로 개선한 중국의 탁월한 지도자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탈북작가 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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