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뉴스]건강악화설 김정일의 후계 정철이냐… 정운이냐
  • 관리자
  • 2010-05-21 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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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깨고 김정일의 軍 시찰에 동행… 최근 군 간부 인사도 정지작업인 듯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최근 들어 악화됐다는 정보를 입수해 사실 여부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정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그 동안 앓아오던 당뇨병과 심장병이 최근 악화됐다는 정보를 추적 중”이라며 “김 위원장 건강 악화설은 전에도 나왔지만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건강문제는 그의 공개활동이 뜸해질 때면 어김없이 불거져 나오는 해묵은 얘기의 하나이다. 최근의 건강이상설도 일단 그런 연장선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종전과는 다소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김정일의 건강을 담당하는 의료역량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의료인력과 장비를 상당 수준 보강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일이 앓고 있다는 심장병과 당뇨병 등의 전문의료진들을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으로 연수를 보낸 정황도 포착되었다고 한다.

우리 정보당국도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맞다”고 확인했다. 그동안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이상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해왔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분명 다른 태도다. 물론 김정일의 건강이 나빠졌다고 해서 당장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는 뜻은 아니다. 정보당국은 김정일이 오래 전부터 심장병과 당뇨병을 앓아왔고 최근 증상이 악화됐다고 귀띔한다. 여기에 신부전증과 고혈압 증상까지 들먹여진다. 심장병은 가족력이 있는 유전적 질환으로 꼽힌다. 아버지인 김일성의 사망(1994년) 원인도 심장병이었다. 93년경 김일성과 김정일의 심장을 동시에 진단한 러시아 의료진이 김일성보다 김정일의 건강을 더 우려했다고 한다.

당뇨병과 신장질환 의심도 최근 몇 년간 그의 모습을 분석한 의학적인 결론이어서 신빙성이 높다. 94년 3월 중국의 당뇨전문 의료진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을 진단한 바 있다. 신장질환도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도 생전에 신장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김정일은 지난 1월 중국방문 때 베이징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고혈압은 165cm 정도의 키에 체중 85kg의 비대한 몸을 고려한 개연성 있는 추론이다. 물론 이런 것들 가운데 확증된 것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이 후계구도를 조기 가시화 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정일이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데 따른 수순일 수 있다. 북한이 진작 권력승계를 준비해왔다. 다만 안팎의 환경과 정세를 고려해 가시화의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김정일은 지난 2005년 12월쯤 후계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 후계구도를 조기 가시화하자는 몇몇 ‘충성분자’들을 견책하기도 했다.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2남 정철(26)과 3남 정운(23)의 군부대 시찰 등에 동행도 금지시켰다. 장남인 정남(36)은 일찌감치 북한을 떠나 수년째 해외를 떠돌고 있다.

그러나 근래 이런 금기가 깨어지고 있다. 김정일은 군부대 시찰 등 공개활동에 정철과 정운 형제를 다시 대동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후계수업의 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정철과 정운이 인민군 간부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수학한 것도 범상치 않은 일이다. 두 사람은 작년과 올해 나란히 이 학교를 졸업했다. 또 두 사람은 최근 김정일이 참석한 공개석상에서 ‘주체군사이론’을 원용한 새로운 전술이론을 내놓아 김정일로부터 칭찬을 들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이 단행한 인민군 간부들에 대한 큰 폭의 인사도 후계구도 가시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인민군 총참모장에 김격식 대장을 발탁하고, 김명국 제108기계화군단장을 인민군 작전국장에 복귀시켰다. 또 박재경 인민군 총정치국 선전담당 부총국장을 인민무력부 부부장으로 전보하고, 김영춘 전 총참모장과 이명수 전 작전국장은 국방위원회로 보냈다. 이번 군인사의 정확한 배경이나 맥락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김정일 이후를 겨냥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

북한과 같은 1人독재체제에서 후계자 선정은 최고권력자의 의중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정철·정운 형제는 김정일의 후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계자가 이들 형제 가운데 한 사람으로 굳어질 지는 속단할 수 없다. 후계논의와 승계과정에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남은 현재 해외를 전전하고 있지만 소생 가능성이 완전 소진된 것은 아니다. 그와 가깝게 지내던 인물들이 주요 위치에 다수 포진해 있고, 본인도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철·정운 형제의 나이가 20대 중·초반으로 어린데다 북한내 기반도 취약해 유사시 정남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후계경쟁의 일선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김정일의 후처 김옥과 이복동생 김평일의 존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옥은 ‘김정일의 뜻’이라며 주요 의사결정에 간여하거나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등 정치적인 사안에 개입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정도라면 유사시 후계논의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폴란드 대사로 나가있는 김평일은 후계구도에서 한발 떨어져 있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후계구도는 김정일이 얼마나 오래 건재하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광인 건국대 강사(북한학·정치학박사)/ 조선일보 [200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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