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2-06-07 10: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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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꽃’ 림수경 의원님은...
1989년 6월 30일 오후, 북한에 특이한 사변이 있었다. 순안국제공항에 착륙한 고려민항 트랩에서 단발머리 헤어스타일에 하얀색 통바지와 티셔츠를 걸친 21살의 앳된 한 여대생이 두 손을 마구 흔들며 평양 땅을 밟았다.
다음날 개막되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남한의 전대협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3국을 거쳐 평양에 온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임수경이다.
엄연히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무단방북이다. 그래서 일까? 북한에서는 그녀를 ‘통일의 꽃’으로 지칭하며 성대하게 맞았다. 공항에서 숙소인 고려호텔까지 20km 남짓 연도에는 수십만 평양시민이 동원되어 ‘통일의 꽃 림수경’을 열렬히 환영했다. 마치 개선장군 같은 대접을 받은 그녀도 놀랐겠지만 더 놀란 것은 시민들이었다.
10만 군중이 모인 ‘김일성경기장’에서 있은 환영식에서 북한의 청년학생들을 대표하는 조선학생위원장이 원고를 읽는 축사에 비해 임수경의 답사는 즉흥연설이니 말이다. 능숙한 그녀의 언변은 행사장마다 이어졌고 개성적인 옷차림과 활달한 행동을 보면서 남조선 대학생의 자유로움을 엿보았다.
8월 15일 판문점을 경유하여 서울로 돌아가는 임수경을 보며 많은 인민들이 그녀의 당돌함에 마음의 박수를 보냈다. 임수경의 귀환은 남측의 승리이다. 북측이 더 좋은 사회라면 당연히 남았을 것이 아닌가. 정말 잘했다. 당신이 직접 본 이 땅, 북조선이 어떤 곳인지 부디 남조선에 가서 말해다오. 김일성 왕국인 북조선의 음지는 몰라도 당신이 목격한 양지만이라도 잘 전달해 달라.
평양에 머물며 만수대언덕에 세워진 김일성 동상과 개선문, 김일성광장, 주체사상탑 등을 보지 않았는가. 평균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이런 우상화건축물이 전국에 수백 개나 있으니 인민들의 야윈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지어 있었음을 꼭 전해다오. 림수경! 정말 고맙다. 암흑의 땅 북조선에 자유의 서광을 보여준 용감한 당신을 오래도록 기억하리라. 지금도 북한주민들이 그녀를 꽃보다 아름답게 기억한다.
이제는 고인이 되었지만 김일성 부자에게 임수경은 무엇일까? 진짜 ‘통일의 꽃’이었을까? 굶주린 창자를 안고 얼어 죽는 인민들을 외면하고 일신의 부귀영화와 대대손손 집권을 위해 살았던 그들에서 진정한 자유통일은 애초 없었다. 하면 임수경은 그냥 북한체제홍보에 잠깐 이용했던 남한의 한 여대생이었을 뿐이다.
무척 궁금하다. 임수경이 평양을 다녀와서 단 한번이라도 자기를 ‘통일의 꽃’으로 불러준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삶의 원인을 고민해본 적이 있을까? 도대체 왜 그 땅에서 목숨 걸고 탈출하는 인민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기나 할까?
임수경 의원이 얼마 전 서울의 모처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던 탈북대학생 B씨에게 “개념 없는 탈북자XX들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XX들아.” 라고 했다. 실망을 넘어 분노가 차오른다. 자신을 공개적으로 공산주의자라는 이런 막말녀가 국회의원이라니? 그녀가 말하는 민주란 과연 이런 것인가.
개인도 국가가 있어야 존재가 가능하다. 국가보안법에 걸렸어도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임수경 의원은 대한민국에 감사하고 이 땅에 태어남을 행운인줄 알라. 역지사지 해보라. 동갑내기인 당신이 내 고향 평양에 태어나서 불법으로 서울에 있은 국제행사에 참가했었다면 그 처벌은 무조건 총살이고 가문은 3대 멸족이다.
일국의 국회의원이 됐으면 품위를 지키고 국민이 본받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보이라. 그러지 못하겠거든 그 입 다물고 세상에 나서지 말라. 당신이 아버지라 불렀던 김일성 앞에서 보였던 그 알량한 겸손함 벌써 잊었나? 김일성 보다 수천 배나 위대하고 훌륭한 국민이 당신에게 금배지를 주었고 그 국민의 한 사람인 탈북자다.
탈북 작가 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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