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칼럼] 이산가족상봉에 체제위협 느끼는 북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관리자
  • 2018-08-27 1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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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커다란 관심 속에 20일 남북이산가족상봉이 몇 년 만에 금강산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산가족상봉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혹시 북한에서 탈북 여종업원 문제를 가지고 막판에 행사를 거절하지 않겠는가 가슴을 조였는데 다행히도 상봉 행사는 계획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상봉행사는 판문점 선언 채택 이후 남과 북이 진행한 여러 갈래의 교류 중 가장 의미 있는 교류였으며 북한이 이번 상봉 행사를 그 어떤 정치적인 문제와 연결시키지 않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다룬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남과 북은 이번 상봉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이산가족상봉을 정례화하고 폭도 넓혀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첫째로, 인도주의적 문제들을 정치와 분리시키고 유연성을 발휘하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지금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 중 매해 고령이나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수천 명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1세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우리 곁을 떠나갈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남과 북이 정치체제나 이념 대결의 포로가 되어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가족들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떠나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하여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가치관과 체제의 우월성이 북한으로 스며들어가 체제유지에 위협으로 될까 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상봉을 정부의 정책성과를 과시하는 데 이용하지 말고 남북교류에 불안해하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형식과 절차, 장소, 시간 등을 결정하도록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남한과는 달리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 상봉을 한 번 진행하자면 재정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생깁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체제 선전장으로 간주하므로 한 달 전부터 상봉 대상자들을 평양에 데려다 옷을 국가부담으로 해 입히고 한국 가족들에게 줄 선물준비는 물론 치아가 빠진 고령의 어른들에게 틀니까지 맞추어 상봉 행사장에 내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북한에 일정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어 북한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정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 남과 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금강산에 있는 면회소 규모를 늘리기 보다는 면회소를 상시적으로 운영하여 상봉 횟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며 서울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개성이나 판문점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추가로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남과 북이 이산가족들의 생사와 주소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산가족들의 고향 방문을 북한 지역 관광과 연결시켜 나감으로써 북한에도 일정한 재정적 혜택이 차례지게 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이산가족 상봉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

지금 수만 명의 납북자 가족들이 가족들의 생사를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이나 재결합문제에 관심을 돌리고 지어 재정적 지원을 해서라도 납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는 3만여 명의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북한체제가 싫어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 한국으로 온 사람들입니다. 사실 굶주림을 피해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이 응당 품어주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대부분 탈북민들은 북한당국에 대해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으며 그들의 마음은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남과 북이 진정으로 평화롭게 살려면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러자면 북한 당국은 북한 체제를 비난하지 않고 조용히 한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만이라도 자기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아량을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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