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8-04-10 08: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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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기꺼이 논의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미국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나라 정보당국 간의 비공식 직접 접촉을 통해서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러 번 만났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가 착실히 진행 중임을 확인해주는 것이어서 다행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전격 수락하고 지난 한달간 구체적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던데다가, 미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대북 초강경파 인사들로 교체되면서 혹여 회담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되던 터였기 때문이다.
비핵화 의사를 북한이 직접 미국에 밝힌 데 대해 미 언론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회담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길을 텄다는 것이다. 지금의 흐름을 잘 관리해 나가길 바란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각각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과 그 프로세스다. 우선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서 논의하겠다는 '비핵화'가 미국이 원하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와 동일한 것인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입구는 핵동결로 시작하더라도 출구는 CVID로 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그래야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진다. 혹여 핵동결 정도로 적당히 넘어가며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이제라도 접는 게 좋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다.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인다면, 미국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의 포기를 약속하는 것이다.
초강경파인 존 볼턴 NSC 보좌관 내정자가 그동안 주창해온 북핵 해법이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한 것도 그런 판단에서다. 북한과 미국이 각각 CVID 수용과 리비아식 해법 포기를 공개로 약속하면 좋겠다. 북미 간의 성공적 협상을 위해 맨 먼저 해야 할 수순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간표를 어떻게 짜느냐도 난제다.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논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와 대북 제재 해제 등을 하나로 묶는 '일괄 대타결'에 주력하고, 합의사항 이행은 단계를 정하고, 단계마다 북미가 동시에 행동을 취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북한의 김 위원장도 비핵화 조건으로 한미 양국에 '단계적·동시적 조치'의 수용을 직접 거론했다. 정상들은 큰 틀의 합의를 하고 핵폐기와 검증 시간표 등 세부 논의는 후속 실무 협상에 맡기면 된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단계적 해법'을 활용해 핵능력 고도화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이 1년 내에 가능하다는 게 미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더욱이 미국 내에는 합의와 파기를 반복해온 전례를 들어 대북 협상 회의론이 엄존한다. 그런 불신을 깨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비핵화 프로세스는 단계적·동시적 방식을 취하되 핵동결부터 최종적 CVID에 이르는 단계와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에 동의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성을 인정받는 길이다.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기회다. 김 위원장이 직접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핵 포기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다면, 북미 정상회담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기 때문이다.
첫 대좌를 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민족의 장래 등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한반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타협에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계기로 6자회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얼마 전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에 동의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지만 확실치 않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소외된 일본 측의 희망을 담은 게 아닌가 한다. 6자회담이 북핵 문제의 최종적 마무리에 유용한 틀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남북, 북미, 남북미, 필요하면 남북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핵심 당사국들 간의 협의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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