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 복원, 한반도 비핵화·종전선언 기여하기를
  • 관리자
  • 2018-04-06 12: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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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냉랭했던 북한과 중국이 관계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26일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을 찾은 것이다.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관측도, 실세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누구이든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전격적 방중은 북·중 관계를 빠르게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이어서 그 함의가 작지 않다. 한반도 문제 관련국들 관계에서 유독 제 기능을 못 했던 북중 라인의 복원 가능성이 커지면서, 남북한과 한미, 한중 간에 이어 북미, 북중 라인까지 완비되는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 한반도 민중의 염원인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체제 정착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기본 틀이 비로소 마련되게 됐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 3국이 중국을 빼고 한반도 문제를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려고 했을 공산이 크다. 자연스럽게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을 초청하는 수순을 밟을 듯하다. 

올해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진전하는 남북과 북미 대화 프로세스에서 소외돼 있던 중국엔 동참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중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을 때, 중국이 당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환대한 반면 최 비서는 냉대한 것은 북·중 관계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특히 중국의 만류에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이어가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중국의 제재 수위도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앙금은 쌓여왔다. 

작년 11월 시 주석이 자신의 특사를 보냈으나 김 위원장이 만나주지도 않아 양국 관계는 회복 불능으로 여겨졌다. 정세가 바뀌어 서로 필요한 때가 왔다고 하겠다.

북한의 이번 움직임이 순항하던 남북, 북미 간 대화 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대미 견제용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불사와 정권교체까지 거론해온 대북 초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을 각각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내정하자, 

불안을 느낀 북한이 그동안 대화와 협상을 주장해온 중국에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만에 하나 북미 회담이 결렬돼 미국이 군사옵션과 대북 제재 강화를 밀어붙이는 상황이 올 경우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남북미 3국의 대화 프로세스에 소외를 느끼는 현시점이야말로 중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길 최적의 기회라고 봤을 수 있다. 최근 통상 전쟁에 접어들면서 관계가 악화하는 미국과 중국을 대치시켜 미국의 대북 포위망 균열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정적 시선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것일 수 있다. 북미와 함께 6·25 전쟁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곤 남북, 북미,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미 3국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한반도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10·4 정상선언' 제4항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고 돼 있다. 당시엔 이 합의가 실행되지 못했지만, 이제 때가 다가온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의 역사적 현장이었던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 시 주석이 참석해 사실상 정전협정 당사자인 남북미중 4국 정상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북·중 관계 복원은 한반도 비핵화·종전선언을 향한 발걸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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