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따른 '의지' 표명, 북미 대화로 이어져야
  • 관리자
  • 2018-02-27 06: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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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직접 천명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애초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혀,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1시간가량 이뤄진 비공개 접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문 대통령의 비핵화 언급을 특별한 반응 없이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자리에서 북한 대표단은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정확한 맥락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비핵화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북한의 태도가 상당히 누그러진 것일 수 있어 일단 주목된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 의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비친 것이 맞는다면 한반도 긴장완화를 향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그간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은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지난 23일 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우리 공화국이 핵을 포기할 것을 바라는 것은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미가 접촉을 시작하면 남북관계 개선도 선순환을 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물꼬가 트여 정상회담 얘기도 오가지만 북미 관계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은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한다. 북한도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는 북한도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북미대화 의지를 좀 더 확고히 표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대화 의사를 표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는 뜻이다.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김영철 접견 결과를 상세히 통보받고 이런 성명을 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북한에 대한 불신이 깊고, 비핵화 관철 의지가 강하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을 반복하다가 미국 본토마저 핵미사일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그런 미국이 북한을 여간해선 믿기 어려운 게 당연할 수 있다. 그래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이번만은 제대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군사력을 동원해 제거할 것이 아니라면 결국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는데도 대화의 문턱을 높여놓고 제재·압박만 고집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을 가졌는지는 협상 테이블에서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과 관여를 병행하겠다고 한 만큼 일단 만나보고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회담을 거두면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관계 모멘텀을 이어가려면 북미 간 접촉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패럴림픽마저 끝나고 평화올림픽을 위해 유예됐던 한미연합 군사훈련 일정이 시작되면 그간의 진전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26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미북이 빨리 마주앉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측이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기를 주문한 것이다. 미국이나 북한 모두 대화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적극적으로 중재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회동에서도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게는 좋은 신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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