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6-18 09: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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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18∼19일로 확정되면서 관심은 북러 정상간 회담 의제로 옮겨졌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고조하는 한반도 긴장의 직접 당사자인 양측 정상의 만남인 만큼 이들의 밀착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인 2019년 김정은을 만나 방북 초청을 받고도 당시엔 응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 초청엔 9개월 만에 신속히 답방을 결정했다.
북한과 밀착을 재확인하고 이를 대외에 과시할 할 필요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 2000년 러시아 지도자로 첫 방북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사퇴로 권한대행을 맡은 푸틴 대통령은 이듬해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고, 5월 정식 취임 두 달 만에 북한을 찾았다.
2000년 방북은 옛 소련 시기를 포함해 러시아 지도자의 첫 북한 방문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갓 대통령에 올랐던 당시 푸틴의 상대는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이었다.
김정일이 김대중과 역대 첫 남북한 정상회담을 하고 6·15 공동 선언을 발표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였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1990년 한국·소련 수교 이후 10년간 소원해진 북러 관계를 회복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평양에서 처음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이 발표한 공동선언에는 북한이나 러시아가 평화와 안전에 위협받으면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했다가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조약에 포함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되살리거나 동맹 관계를 복원한 것은 아니지만 북러가 군사적 협력을 이어 나간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방북 후 러시아 극동 지역을 들른 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으로 향했다. 지금은 러시아가 퇴출당해 G7이 됐지만 당시에는 러시아와 서방이 G8으로 묶였을 만큼 관계가 원만했다.
서방과 접촉하기 전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한의 핵 관련 상황을 파악한 뒤 국제 외교에 활용하기 위한 방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미국의 국가 미사일방어(NMD)체계 구축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해석도 있었다.
◇ '신냉전 시대' 北 필요해진 러시아
24년 뒤인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우선 북한 지도자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바뀌었다.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푸틴 대통령이 계속 러시아에서 권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 47세 초임 러시아 대통령이던 푸틴은 71세인 올해 집권 5기를 열었다.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벌이자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러시아에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
21세기 '신냉전'은 해빙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적 고립 위기에 놓인 러시아는 북한의 지지가 달가울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의 도움을 모색할 정도로 위상이 달라진 셈이다. 이미 고립 상태인 북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직접 만났다.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성사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전방위 협력을 다짐했다.
특히 러시아가 필요한 포탄을 북한이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 기술을 전수한다는 의혹과 정황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군사분야 외에도 양측은 정치, 경제, 문화, 관광 분야 등 밀착을 가속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엔 대체로 반대하지 않았던 러시아는 올해 3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 북한에 '확실한 신호'를 보냈다.
잦아진 고위 인사 교류도 양측의 밀착을 방증한다. 지난 1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꽃다발 환영' 속에 러시아를 찾았을 때 푸틴 대통령이 직접 만났다.
김수길 노동당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윤정호 대외경제상, 리충길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북측 각계 대표도 러시아를 연달아 방문했다.
북한에도 지난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장관을 시작으로 라브로프 외무장관, 세르게이 나리시킨 대외정보국장 등 러시아 주요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에는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산 고급 리무진 '아우루스'를 선물하며 각별한 관계를 과시했다.
◇ 방북 자체가 메시지…주고받을 '선물'은
두 정상의 9개월 만의 재회만으로도 북러는 '특별한 관계'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번 달 G7 정상회의(13∼1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13∼14일), 우크라이나 평화회의(15∼16일) 등을 연달아 개최하며 결속을 다시 다진 서방을 향한 대답으로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통제하는 영토에서 군을 철수하고 나토 가입을 포기하면 즉시 휴전하고 협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방북으로 북러 밀착이 얼마나 심화할지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 식량, 석유 등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우주 기술과 무기 관련 군사 기술 분야를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지난달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터라 관련 기술 이전 여부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3년째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필요한 포탄 등 군수물자 지원을 북한에 더욱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북러는 무기 거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작전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러시아로서는 북한 이주 노동자 수급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역시 무기거래와 함께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러가 자동군사개입에 가까운 수준의 군사협력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북러가 공동선언문을 통해 공식화하진 않아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협력이 물밑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한러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도 보이는 만큼 북러 군사 밀착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북러 관계의 격상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2019년 정상회담 뒤 김 위원장의 방북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던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는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을 이어 북한을 집권 5기 4번째 해외 순방지로 결정했다. 서방에 맞서는 러시아에 북한의 '몸값'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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