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5-27 06: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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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나 김정은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매우 높다. 흔히 잊을 만하면 북한의 급변사태 또는 김정은의 건강이상설 등이 불거진다. 김정은의 개인적인 건강 문제나 또 신변이상설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김정은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성공과 실패 여부에 따라서 앞으로 북한 체제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정은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이는 북한 체제 내구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될 되리라는 점이다.
북한의 정책 중 특히 음악과 관련해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김정은은 자신의 딸과 함께 전위거리 준공식에 참석해 야간 축하공연까지 개최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한마디로 남한의 콘서트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존의 혁명가요를 대표하는 모든 노래가 랩 버전으로 편곡됐고, 심지어 국가(國歌)까지 완전히 다른 가요처럼 바꾸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노래는 ‘청춘들아 받들자 우리 당을’이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김정일 시대 보천보전자악단이 불렀던 아주 유명한 혁명가요다. 그런데 이 노래가 한국 가요 ‘날 보러 와요’와 똑같은 곡 전개로 편곡되었다. 특히 노래 앞부분에는 기존 노래에 없던 부분을 랩 버전으로 추가했다. 이 노래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공연의 형식 때문이다. 한국 가요 ‘날 보러 와요’는 가수와 관객이 서로 한 음절씩 따라부르는 형태다. 북한 공연에서 가수가 관객들에게 호응을 유도하며 남한식 콘서트장 같은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그러며 왜 이렇게까지 카피를 했을까?
‘날 보러 와요’는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을 비롯한 여러 명의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한 곡이다. 최근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가수를 꼽으라면 임영웅을 들 수 있다. 필자가 러시아에서 만났던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도 임영웅의 노래를 즐겨듣는다고 했다. 또한 지난해 동해안으로 탈북한 가족도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임영웅의 노래를 북한에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정은이 이번 공연을 남한 음악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북한 청년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번 축하공연이 개최된 곳은 전위거리 준공식장이다. 십만 명의 청년들이 동원되어서 만들었다는 자리이고, 이 공연에 수많은 청년이 참석했다. 공연 중 카메라 앵글은 축제를 즐기는 듯한 청년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클로즈업한다.
김정은 정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청년들의 사상 변질이다. 북한 당국은 1990년대 말에 사회주의권 국가가 붕괴한 원인을 청년들의 사상 변질에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로 인식한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청년들의 생각과 사상을 통제하고 정권의 결속도와 충성도를 높여야 하지만 일명 장마당 세대는 외부 사조에 젖어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북한 당국은 외부정보를 철저히 단속, 통제하는 것과 더불어 자신들의 주체 음악을 변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남한 노래와 비슷한 곡조 그리고 공연 형식 등을 차용하여 청년들의 의식을 고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김정은의 의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의 문제다. 단언하건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왜 그런지는 이미 북한 노래 가사가 말해주고 있다. ‘청춘들아 받들자 우리당을’이라는 노래 가사에는 “은혜로운 당의 품에 자라난 우리 새 세대”라는 부분이 있다. 공연 중 가수는 유독 ‘새 세대’를 강조한다. 그런데 장마당 세대는 노래 가사처럼 고난의 행군 시기에 당의 품이 아니라 장마당의 품에서 자라난 세대다. 북한 노래가 남한 노래의 형식을 차용해 떼창을 유도하며 열린 무대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가사는 그대로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가사의 내용이 이미 북한 청년들에게 더 이상 정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이 노래의 3절 가사인데, “선열들이 피로 지킨 사회주의의 내조국 대를 이어 지켜가자”라는 내용이 있는데, 현재 장마당 세대의 인식과는 전혀 다르다. 지금의 장마당 세대의 부모들은 이른바 자폭용사 세대로 김일성 김정일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충성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장마당 세대는 “내가 왜 김정은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가”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이러한 세대에게 기존의 노래에서 강조했던 수령을 위해 대를 이어 지켜가자는 내용이 곡조와 형식만 바꿨다고 해서 북한 청년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한국, 동포 심지어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한국을 제1의 적대적으로 간주하라고 지시하면서 남북관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들으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사형까지 할 수 있음을 명문화했다. 동시에 이러한 단속과 함께 자기들의 음악을 변용해서 남한의 음악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북한 청년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즉 남한 노래가 아니더라도 우리 식의 새로운 노래를 통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김정은의 의도가 결코 북한 청년들에게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김정은의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이는 체제 내구력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의 음악 공연을 통해서 북한 당국이 의도하는 바와 그 의도된 정책이 과연 앞으로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를 통해 북한 체제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북한 내부가 이러한 상황이라면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더 명확해진다.
북한 청년들의 생각들이 변화되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이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 외부정보 그리고 심지어는 K-POP으로 대변되는 그 노래였다면, 어떻게 하면 이러한 정보들을 북한 내부에 많이 유입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외부정보와 문화는 필시 북한을 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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