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8-01-31 06: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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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함께 축하하고자 마련한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이 무산됐다. 다음 달 4일 개최에 합의했으나, 불과 엿새 앞둔 29일 밤 북한이 돌연 취소를 통보해왔다.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평창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해서 열리는 첫 남북 공동행사인 데다 장소도 북측 지역인 금강산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한 남북 합의사항에 대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것은 지난 19일 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파견 일정 '중지' 통보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공식 합의사항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무시한다면, 남북 간에 신뢰는 어떻게 쌓고 어떻게 공동행사를 치러 나가겠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사전에 우리 측에 충분히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정부는 북한에 공식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합의사항의 차질 없는 이행을 촉구했다. 당연한 조치다.
북한이 리선권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취소 통보 사유로 거론한 것은 남측 언론의 적대적 보도 태도였다. 남측 언론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한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고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했다"는 것이다. 내부 경축행사란 2월 8일 열릴 건군절 열병식을 뜻하는 것 같다. 그동안 일부 언론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피하고 한미를 이간하려는 '평화공세'라고 비하하는가 하면, 건군절 열병식 준비를 평화공세 이면의 대남 군사위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닌 듯하다. 전문가들은 금강산 행사를 위한 경유 반입을 두고 '대북 제재 위반'이란 말이 나오는 데 대한 남측 당국을 향한 경고라거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열병식을 문제 삼자 반발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남북 두 정상이 승인한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어길 만한 명분은 되지 않는다. 북한 당국의 납득할만한 해명과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한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공교롭게도 평창 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 진행될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이다. 북한은 올해가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으로 꺾어지는 해여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이다.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5만여 명이 동원되고 각종 첨단무기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건군절은 우리의 국군의 날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올림픽 개막 하루 전이라고 해서 북한에 행사 자체를 취소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 한다.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 휴전선 북쪽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을 장착한 최첨단 군사장비들과 대규모 군 병력이 동원돼 퍼레이드를 벌인다면, 그 누구도 '평화의 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보지 않겠는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을 "민족적 대사"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며 남북이 합심해 성대히 치르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흔쾌히 수용함으로써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규모를 줄여 그야말로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가 됐으면 한다. 김 위원장의 또 한 번의 결단을 바란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 제1항은 남과 북은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 정상의 지원 아래 장관급 인사들이 만나 합의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금 그 다짐이 흔들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금강산 공동문화행사는 무산됐지만,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을 포함해 다른 행사와 일정들은 더는 차질 없어야 할 것이다. 남과 북 모두 전쟁위기까지 우려하던 극한 대치를 잠시 우회해 어렵게 조성한 남북대화 국면을 흩트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상호신뢰가 쌓여야 남북대화가 지속되고 그래야 북핵 문제 해결의 길도 열린다. 조급하게 상대방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자극적 언행도 삼가야 한다. 아무 때나 자극적 발언을 내놓는 어느 고위 국방당국자를 보면 안쓰럽다. 논쟁은 해도 좋지만, 참가국 국기와 정상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의 극단적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손님을 맞는 문명국 대한민국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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