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올림픽 넘어서 협력' 발언 주목한다
- 관리자
- 2018-01-08 08: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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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대화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정말 두 나라(남북) 간에 잘 되길 바란다. 정말 그것을 보고 싶다"면서 "나는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2018년 새해를 맞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다. 4일 한미 정상통화를 통해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했던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다시 확인한 것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다. 이로써 한국 정부가 북한의 '통남봉미 전략'에 말려 한미동맹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부 냉소적 시각은 힘을 잃게 됐다.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한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는 속도가 붙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의미심장한 발언도 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대화를 "큰 시작"이라고 평가한 그는 "나는 그들(남북)이 올림픽 문제를 넘어서는 것을 정말 보고 싶다.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를 트럼프 대통령이 긴 안목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남과 북이 '북 대표단 참가와 평창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라는 결실을 얻는 데 우선 치중하되, 그 과정에서 구축되는 신뢰를 디딤돌로 삼아 남북관계 전반의 협력, 나아가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로 확대되길 희망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관여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에선 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된다면 미국도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배어난다. 취임 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줄곧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접 통화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릴 남북 고위급 회담의 중요성은 그만큼 더 커지고, 대표단의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남북 대표단은 7일 북측의 대표단 명단 통보로 확정됐다. 남과 북의 수석대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맡는다. 체육 분야 담당 차관급 인사들도 포함됐다. 지금까진 회담에 임하는 남북 모두 진지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평창 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힌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작해 1주일 만에 회담 대표단 확정까지 일사천리 진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본격적인 협상은 이제부터다. 우리 대표단은 '평창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한 북한 대표단 참가에 협상의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게 좋다. 설 연휴를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제의 정도는 괜찮을 법하다. 인도주의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첫 대면부터 북핵 문제 등 껄끄러운 사안을 건드리는 것은 삼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다.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회담의 성패는 북한의 진정성에 달렸다. 평창 올림픽 참가는 북한에도 그 자체로 이익이다.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역대 최강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에 기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피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핵·미사일 동결' 의사를 표명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 것 없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나 유엔제재 해제 등을 요구한다면 회담 결과는 보나 마나다. 남과 북 모두 전략·전술보다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사소한 꼬투리는 잡지 말고 대승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고위급 회담의 성공, 나아가 남북관계의 진전은 우리 정부의 노력만으로 어렵다. 미국의 적극적 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는 한미공조에 한 치의 틈도 없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주시하고 있다. 극한 대치의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정치권도 불필요한 의구심을 거두고, 국력 결집에 초당적으로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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