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9-28 10: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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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시위가 격해지고 있다. 이번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 2대와 F-15C 전투기 수 대가 한밤중에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동해 상 국제공역을 비행했다.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전투기가 편대를 이뤄 이렇게 깊숙이 북한 쪽으로 들어간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다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휴전선(DMZ) 최북 쪽으로 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이달 초 6차 핵실험부터 이어진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군사적 대응이 주요 선택지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는 메시지도 담겼을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 경고 발언을 한 것이 불과 나흘 전이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는 북한이지만 속마음은 달랐을 것 같다. 북한의 대응 도발이 거칠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죽음의 백조'는 핵 추진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심전력 중 하나다. 미국 NBC 방송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명령을 내리면 괌에 배치된 B-1B가 선제타격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B-1B 랜서가 한반도 상공에 뜬 게 처음은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18일에도 B-1B 2대와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가 우리 공군의 F-15K 4대와 군사분계선 인근 상공에서 연합훈련을 했다. 그런데 이번 B-1B 전개에는 북한의 신경을 긁을 만한 가시가 여러 개 보인다. 국제공역이긴 하지만 북한 쪽으로 많이 올라간 것부터 그렇다.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 중인 미국 폭격기가 DMZ에 지나치게 다가가면 북한을 자극할 게 분명하다. 지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도 국방부는 과도한 DMZ 근접 비행을 자제하라고 미군 측에 요청했다. 심야에 턱밑까지 들어가 무력시위를 벌이고 곧바로 이 사실을 발표한 미정부의 태도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B-1B의 출격 사실을 수 시간 뒤에 알려주는 게 보통이고, 아예 밝히지 않은 적도 있다고 한다. 미국의 이런 고강도 대북 압박이 노골적인 '치킨 게임' 국면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B-1B는 이번에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했다. 한반도에 영해에 접근해서는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이륙한 F-15 전투기의 호위를 받았다. 한미 당국 간에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 공군기가 함께 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략자산 운용과 관련해선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와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군 당국은 B-1B 출격 계획을 우리 군에 사전 통보하고 전반적인 작전 상황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혹시 북한이 도발할지 몰라 양국이 만반의 공조 태세도 유지했다고 한다. 온 국민이 곤히 잠들어 있는 한밤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 모골이 송연하다. 당국이 발표하지 않았으면 아무도 모른 채 지나갔을 일이다. 앞서 유사한 일이 전혀 없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이번 일만 봐도 지금의 한반도 위기가 매우 심각한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B-1B 랜서의 이번 한반도 비행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아래" 이뤄졌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설명이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도 똑같이 상황을 공유했다고 한다. 미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안에서 작전하면 한미 간에 모든 상황이 공유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부분이 선명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미군 전략폭격기의 '사상 최북 쪽' 비행에 우리 군 당국이 쉽게 동의했는지, 양국이 공유하는 정보 범위에 KADIZ 밖 국제공역에서의 작전 상황도 포함되는지 등은 적잖게 궁금증을 일으킨다. 결국, 모든 것은 한미 간 안보 공조가 얼마나 견고한지로 귀결된다.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로 여겨지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군사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B1-B 심야 비행 훈련이 한미 군사동맹의 가치를 재차 확인하고, 그 토대와 몸체를 한층 더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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