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7-03 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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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 3박 5일의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인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실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대북 대화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불협화음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결과는 어두운 전망과 우려를 불식시킬 만했다. 두 정상 사이의 신뢰와 우의를 다진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먼저 불신의 어색함을 푼 것은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방미 첫 일정으로 미군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꼽히는 6·25전쟁 당시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비화를 소개하며 미군의 6.25 참전에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미국민의 감성을 자극한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트럼프 대통령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또 사드 배치 철회를 걱정하는 미국 내 기류도 미리 다독였다. 방미 첫날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 "사드 배치를 번복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안심시켰다. 문 대통령의 성의 표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격적 환대'의 연속이었다는 성대한 백악관 만찬으로 응답했다.
두 정상 간의 좋은 감정은 정상회담의 껄끄러운 의제에도 윤활유가 됐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걱정했던 문제가 의외로 매끄럽게 풀렸다. 특히 남북문제에 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전폭적으로 지지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사드 문제가 회담 의제에서 아예 빠진 것도 우호적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주장해온 남북문제 해결 방안이 거의 모두 공동성명에 담겼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북핵 해결의 기본 원칙과 접근 방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끌어냈음을 강조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평화와 안전의 초석'으로 평가했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확인한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긴밀히 공조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풀어가기 바란다.
대북 정책에서 양보와 이해를 얻었다면 경제·통상 분야에선 과제가 생겼다. 한·미 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그것이다. FTA 재협상은 공동성명에 들어 있지 않다. 공식적인 합의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발표를 통해,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이 심각해 FTA 재협상을 통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자동차, 철강 등 구체적인 업종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FTA 체결 이후 양국 간 교역량이 12% 증가한 점, 두 나라 시장에서 상대국 상품 점유율이 높아진 점, 미국이 서비스 교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다는 점 등을 들며 교역 현황에 대한 공동조사와 분석·평가를 역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강경하게 요구할 경우 우리 정부가 재협상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제기한 방위비 증액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미정부와의 협상을 상정하고 대응 논리를 충실히 개발하는 것이 좋다.
문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흡족했을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평가를 보면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반면 야당의 평가는 지나치게 야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일리 있는 대목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야당의 쓴소리를 보약으로 삼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어쨌든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의 큰 산을 넘었다. 특히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추동력을 확보한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불편하고 힘들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지혜와 겸손함도 필요하다. 사드 배치 논란에서 경험했듯이 상호 불신과 오해가 쌓이면 어떤 동맹 관계도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경험이 향후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다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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