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5-30 10: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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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5·24 조치' 7주년인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태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5·24 조치는 현실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그러나 "즉각적으로 해제한다기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봐가며 유연하게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5·24 조치의 점진적 해제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5·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한 우리 정부의 양자 제재다. '개인 견해'를 전제로 한 문 특보의 언급이 주목받는 이유는 앞으로 외교·안보 진용이 완전히 꾸려진 후 이 문제가 검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햇볕정책' 계승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제재·압박 일변도였던 전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바꾸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통일부도 이날 대변인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엔 강력히 대응하되 남북 민간교류는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덕행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교류 등은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봐서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먼저 이뤄지고, 추후 북핵 상황에 따라 남북교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의 행태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5·24 조치를 풀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건 북 핵·미사일 개발에 다시 돈을 대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자칫 섣부른 대화와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국제사회 (대북) 공조에 문제가 생겨 우리만 왕따를 당하거나 '패싱'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새 정부가 출범했다고 해서 북한의 안보 위협이 달라진 건 없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북한은 벌써 두 차례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23일에는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북쪽에서 강원도 철원의 군사분계선 상공으로 넘어와 우리 군이 경고 사격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 비행체는 북한이 날려 보낸 대남전단 살포용 풍선으로 확인됐다. 이런 일이 이어지다 보니 새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나 교류 재개 움직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이뤄지는 게 옳다. 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5·24 조치 완화를 포함한 대북교류 확대 문제는 좀 더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의도와 취지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외교·안보 당국은 섣불리 북한에 유화적으로 접근했다가 북한이 계속 도발하면 큰 낭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유념하기 바란다. 나라 안팎에서 새 대북접근법에 대한 지지와 이해가 충분한지도 따져야 할 것이다. 북한 문제에서 한미 공조가 필수적인 만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대내외 환경을 충분히 살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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