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칼럼] 북한, 종전선언 목적은 유엔사령부 해체다
  • 관리자
  • 2018-08-02 13: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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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지난달 27일 미군 유해를 송환했습니다. 이에 앞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는데 “순차가 있는 법”이라며 북한은 순차대로 나가고 있으니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할 차례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미북정상회담의 핵심이 북한의 비핵화추진이라면서 확실한 비핵화 절차가 없는 한 종전선언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미북정상회담의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고 있으니 미국도 종전선언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미북정상회담 후 취한 미사일 시험장 부분 해체 및 미군 유해 송환 등은 비핵화와 거리가 먼 과시적 조치일 뿐입니다.

김정은은 판문점선언을 채택하기 한주일전인 4월 20일 당중앙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평화수호의 보검, 후손들도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근본담보’라고 강조했습니다. 7월 초 북한 당국은 당 핵심 간부들을 모아놓고 ‘핵무기는 선대 수령들이 남겨준 고귀한 유산이며, 우리에게 핵이 없으면 죽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부강연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며칠 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판문점선언과 미북정상회담 후에도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 합의한 비핵화 실무그룹 구성도 거부한 채 종전선언 선전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피하면서 종전선언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핵무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한미군 철수의 선행 공정인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올해 안에 해체하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사실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한·미 연합사령부에 있고 유엔군사령부는 오직 정전협정과 관련한 임무만 맡게 되어 있어 그 존재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주한 유엔군사령부는 형식적으로나마 한국전쟁 참전국들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유엔군사령부의 제반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에 대한 군사적 보호의 책임을 유엔군이 지고 있다는 상징적인 형식을 유지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는 억제기능을 수행해 왔습니다.

현재 유엔군사령부에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프랑스, 노르웨이, 태국, 영국 등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부 성원국들은 한미연합훈련에 연락장교나 소규모 군사인원을 파견하여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한국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연대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습니다.

나는 영국주재 북한 공사로 있을 때 영국이 ‘키 리졸브’, ‘독수리’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할 때마다 영국 외무성과 국방성에 찾아가 항의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영국 측은 유엔군사령부의 성원국으로서 정상적인 사명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실정에서 6.25와 같은 재앙이 다시 일어나는 경우 유엔군 파견과 같은 유엔안보리 결의는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의 핵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되돌릴 수 없도록 폐기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을 북한에 요구해야 합니다.

북한은 협상의 진전을 위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도 검증의 틀 안에서 진행하는 등 상호 확인 가능한 비핵화 조치들에 응함으로써 종전선언채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절차 검증에 부정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비핵화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며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채택한다는 목적도 실현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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