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8-14 09: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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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이 결국 '레드 라인'을 넘으려는 것 같다. 정전기념일을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바로 다음 날 2차 ICBM 도발을 자행했다. 지난 4일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한 지 24일 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7번째 미사일 도발이기도 하다. 이번 미사일은 한밤중인 오후 11시 41분께 북·중 국경과 인접한 자강도 무평리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됐다. 고각으로 쏘아진 미사일은 3천700km까지 올라갔고 직선거리로도 1천km 넘게 날아갔다. 이 미사일을 30∼45도의 정상각도로 쐈으면 최대 사거리가 1만㎞를 넘었을 것이라고 한다. 북한 원산에서 쏘면 미국 북동부의 시카고 등이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워싱턴DC, 뉴욕 등 미국 동부 연안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화성-14형과 비교해 미 본토 타격 범위가 훨씬 넓어진 것이다. 화성-14형은 최고고도 2천802㎞에 비행 거리 933㎞였고, 정상각도 발사 시 사거리는 7천∼8천㎞로 추정됐다. 이번 ICBM이 개량형 또는 신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 북한의 ICBM이 아직 완성단계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기술 고도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ICBM이 한반도 주변국들의 근본적 전략 수정을 자극하는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는 것 같다.
북한은 이번에 ICBM 기술의 최종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ICBM이 대기권 재진입 시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고 목표 지점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기술이다.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북한이 아직 재진입 기술은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 일치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들 전문가의 의견이 모이는 또 다른 관측은, 결국 북한이 ICBM을 완성하리라는 것이다. 미 국방부에서는 그 시점을 내년 중으로 보는 전망도 나오는 것 같다. 사실 미정부가 정작 촉각을 세우는 것은 북한의 핵기술이 아니라 ICBM일지 모른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ICBM까지 보유하면, 미정부가 느끼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수위는 차원이 달라진다. 따라서 북한 ICBM의 미 본토 타격이 가시권에 들어온 이번 도발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 정책과 대응 전략이 급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다가 이번 2차 ICBM 도발을 자행했다. 북한은 원래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써 왔다. 그런데 북한의 최근 태도는 그런 기류가 더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북한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을 보면, 북한의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 미사일 도발이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주 미국 상·하원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포함된 제재안을 통과시켰지만 북한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ICBM을 완성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계산을 세운 듯하다. 김 위원장이 2차 ICBM 발사를 승인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미국만 협상 파트너로 고집하는 북한의 이런 태도는 우리 정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도발을 보고받고 1시간 20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강력한 무력시위와 함께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등을 지시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 복안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생각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 대응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은 이틀 전 ICBM 도발을 하고도 우리 정부의 사드 발사대 임시배치에 험구를 퍼부었다. 북한의 이런 속성과 남북관계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공식적으로 포기 선언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 '베를린 구상'은 덮어두는 게 맞다. 그러기엔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요동치는 지금의 한반도 정세가 너무 심각하고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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