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대화에는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
  • 관리자
  • 2017-05-18 10: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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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16일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실험을 전면 중단하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선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화의 조건을 낮춘 것이다. 그러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조치가 있다면 대화 분위기는 많이 진전될 수 있다"며 미국 측 조건 변화를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의 신(新)정부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선 대화 조건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단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문제를 드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이후 20년 넘게 계속되는 북한의 전술에 기만당하는 역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후 실험 중단을 조건으로 중유·쌀·비료 등을 받아왔다. 그리고 회담에 임하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파국을 만들어왔다. 비핵화 추진 합의문을 만들고 검증은 거부하는 식이다. 국제사회가 이 전술에 속아 넘어가는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거쳐 핵탄두 수십 개를 만들 수 있게 됐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 코앞까지 왔다. 북과의 협상은 불가피하다. 북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 바로 이 사실을 북은 가장 큰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로 일로매진하더라도 한·미가 결국은 '대화하자'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북은 트럼프의 예상 못한 행동으로 잠시 주춤했을지 모르나 미국이 대화 조건을 낮추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또 확인했을 것이다. 대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런데 선거로 뽑히는 한·미 정부에선 종종 대화 자체를 '업적'으로 과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북은 이 생리를 잘 알고 이용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위기를 벗어나고자 이런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언젠가 대화는 재개돼야 한다. 다만 이번만큼은 '검증 가능한 핵 폐기'냐, 아니면 '망하느냐'는 기로에 북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의 숨통을 죄면서 그 효과와 북의 반응을 살펴야 할 때다. 중국도 상당한 정도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 시작했는데 또 제재의 동력을 잃어버리면 그 대화는 '진짜 대화'가 아니라 '가짜 대화'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7/20170517035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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