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9-10-29 11: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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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한 지 사흘만인 28일 북한에 편리한 시기에 금강산에서 당국 간 실무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앞선 통지문에서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시설을 철거하라며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고 밝힌 바 있다. 현대아산도 함께 한 정부의 실무회담 요청은 '시설 철거'에 대화를 한정하지 않고 금강산관광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서를 주고받는 형식으로는 심도 있게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결정의 바탕에는 금강산관광 재개·활성화로 나아가겠다는 정부의 기조가 자리한다. 북한의 시설 철거 통보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부진에 따라 유엔 대북 제재가 여전히 강고하고 그 영향으로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이다.
북한이 근래 중국인 등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관광시설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움직임도 또 다른 배경이다. 북한의 예상외 초강수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번 일을 오히려 대화 기회로 활용해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고는 하지만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난제이기 때문이다.
북미가 접점을 못 찾고 남북 관계가 소강상태인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제대로 된 남북 협의이다. 대면 접촉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듯한 북한의 일방적인 통지 내용은 그래서 우려를 자아낸다. 북한이 '외세 의존'을 거론하며 남한 당국을 비난하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의 잇따른 대외 발언을 통해 미국을 압박해 온 최근 분위기에 비춰도 북한이 대면 실무회담에 응할지는 미지수이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정부는 대북 통지문에서 대화와 협의를 통한 해결을 우선으로 강조했다. 우리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는 국민 정서에 배치되고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으니 합리적으로 해결하자고도 했다. 정부 지적대로 북한의 일방적인 철거가 강행돼 우리 사회에 반발 정서가 커지고 대북 피로감이 쌓인다면 북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다각도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북한은 성급한 철거 주장을 접고 테이블에 마주 앉아 충분한 논의로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에 동참하길 바란다. 우리 정부는 대화에 최선을 다하되 상황 악화를 상정한 국민 재산권 보호 등의 대비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을 보면, 북한의 강경 태도에도 정부는 금강산의 우리측 시설 철거를 막을 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금강산 지역은 관광지역으로서의 공간, 이산가족 만남의 장, 사회문화 교류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며 '창의적 해법'은 이들 세 가지를 종합 고려하면서 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대북 협의에서 단순히 관광 문제에만 국한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거론되는 해법 중 하나는 '개별관광'이다. 기존 관광은 대금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대량현금(벌크캐시) 이용을 금한 대북 제재 조항 위배 소지가 있다. 기존 방식은 안보리 제재 때문에 되풀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과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통일부의 설명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개별관광이 가능해지려면 관광 중단을 초래한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과 신변안전 보장 문제도 선결돼야 한다. 시설 개·보수 과정에서 오갈 물자와 장비가 대북 제재에 걸릴 수 있어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협조도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향한 북미 협상의 진전이 시급한 또 다른 현실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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