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9-14 0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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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방과학원이 11, 12일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미사일은 북한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궤도를 따라 7천580초를 비행하며 1천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올해 들어 북한의 무력 시위는 네 번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2일과 3월 21일 순항미사일 발사가 있었고 같은 달 25일에는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다.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에는 저강도 무력 시위라는 특징이 있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유엔 대북 제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로켓의 추진력으로 날아가 속도와 파괴력이 큰 게 탄도미사일이라면 순항미사일은 제트 엔진의 힘으로 직선 궤도를 따라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 발사를 참관하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북한이 밝혔듯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 발전과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이다. 북한은 당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 교착 타개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신무기 시위에 나선 모습은 대화 노력에 역행하는 행보여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한국의 현무-3C, 미국의 토마호크와 유사한 무기체계라고 한다.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는 특성으로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이 낮다는 특징을 지닌다. 탐지와 요격 레이더에 포착될 가능성이 작다면 요격에도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더욱이 높은 기동성을 갖춘 지상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쏘면 기습 타격 능력이 훨씬 높아진다.
TEL은 어느 지역이든 신속히 이동할 수 있고, 터널이나 지하 개폐 시설에 있다가 나와 발사하고 즉각 숨을 수 있는 특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체계로 분석된다. 북한 매체의 표현대로 북한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억제 수단을 보유하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미는 이번 미사일의 발사 지점과 비행 궤적, 탄착 지점 등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한다.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탐지했으나,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닌 이유 등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을 수 있다. 반대로 발사 징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면 문제다.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해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번 상황이 후자에 해당한다면 발사 징후를 사전 파악해 초기에 무력화하는 능력 강화 노력을 재점검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군사력 움직임을 세밀히 파악함으로써 대북 억제력을 높이는 노력은 늘 중차대하다. 군사력 균형이 깨지는 상황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특히 신형 무기가 출현했을 경우엔 정밀한 대응책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쟁 억지력을 포함한 강력한 자주 국방력은 북핵 대화에 추동력을 불어 넣어줄 요소이기도 하다.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쏘자 미국과 일본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북핵 협상 교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보인 데 이어 미사일까지 발사하며 긴장 지수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준다고 비판했고, 일본은 유사시 자국 타격 가능성에 신경 쓰는 분위기를 나타낸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한미일 북핵 수석 대표가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할 13~14일 도쿄 회동을 앞둔 시점이어서 주목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14일 방한을 앞둔 타이밍이기도 하다. 존재감을 과시하고 장차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 한미는 보건, 감염병 방역, 식수, 위생 등으로 분야까지 적시하며 대북 인도적 협력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고, 일본의 협력도 받아낼 모양이다.
북한은 팬데믹 국면에 극심한 경제난까지 겪고 있어 대외 협력이 시급히 필요해 보인다.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없는 무력 시위에 더는 기대지 말고 인도적 협력 노력에 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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