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9-13 07: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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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수석 대표가 이번 주 일본 도쿄에서 회동한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같은 형식의 모임 이후 3개월 만의 외교 이벤트다. 한국과 일본 수석대표가 13일 먼저 만나고, 이튿날 한미일, 한미 협의가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측의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그사이 변화된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여전히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북 대화의 재개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지난 석 달간 관찰된 북한의 동향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장면은 아무래도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정황일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영변 원자로에서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 등 원자로 가동을 짐작게 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알린 바 있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줄곧 견지해 온 이른바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노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역주행 움직임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위기의 조짐이 이해 당사국들의 대화 노력을 재촉한 측면이 있다.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모서리로 몰아넣기보다 대화로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이들 3국을 대화 테이블로 모이게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영변 카드'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3국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공은 한미일에 넘어온 셈인데, 다시 북한 코트로 공을 보내려면 안정적인 랠리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담아내는 메시지 발신이 중요하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어그러진 북미 대화 재개가 양국 정상의 의기투합으로 단박에 성사될 가능성은 이젠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수뇌가 '즉흥' 도널드 트럼프에서 '신중' 조 바이든으로 바뀐 상태여서다. 차곡차곡 실적을 쌓아 신뢰를 구축해 나아가는 정교한 접근방식이 없으면 공은 네트에 걸린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양국 수석대표가 8월 하순부터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밀도 있게 조율해 온 대북 인도적 지원구상은 꽉 막힌 대화 통로에 물꼬를 터주는 마중물로 기대를 모은다. 한미는 보건, 감염병 방역, 식수, 위생 등에 걸쳐 대북 인도적 협력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북한의 코로나 사정, 홍수 피해, 경제난 등을 두루 고려한 포석으로 읽힌다.
문제는 북한이 과연 이에 호응하고 나설지 여부일 텐데, 장기간 지속하는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여러 어려움에 부닥친 북한 형편을 고려하면 수용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인도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지원품의 북한 내 배분 모니터링과 같은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조건은 달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에 때맞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4∼15일 방한한다. 대북한 외교는 한미일이 손발을 맞춘다고 해서 완벽하게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과거 북핵 6자회담의 의장국까지 맡으며 사실상 북한의 뒷배 역할을 했던 중국까지 가세해야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다면체 게임이다.
우리 외교당국은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이 그동안 걸어 잠갔던 침묵과 고립의 빗장을 풀고, 대화와 개방에 나서도록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왕 부장의 방한 미션이 한국의 대미 경사(傾斜)를 제어하는 데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지만, 한반도 이슈의 안정적 관리는 중국의 이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
북한의 핵 문제가 현재의 소강상태를 벗어나 다시금 나쁜 의미에서 국제적 관심사로 비화한다면 미 행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대화 기조는 더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로 급전환할 수 있다. 한반도 안보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잦고 깊은 관여는 중국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점을 중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왕 부장은 방한 때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참석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도쿄하계올림픽 불참에 따른 IOC(국제올림픽기구) 회원국 자격 상실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참석이 봉쇄된 상태이지만, 백투백 올림픽 개최국인 한중 양국이 IOC를 설득한다면 최종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북한의 참석이 극적으로 허락된다면 평창동계올림픽 때와 같은 남북화해 무드의 재연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중의 스포츠 외교 노력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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