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2-24 08:42:50
- 조회수 : 1,003
갑자기 살이 쪄보면 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만사가 귀찮아지고 짜증이 난다. 가장(家長)이 이러면 집안에 분란이 생긴다. 신(神)과 같은 독재자가 모든 국정을 ‘만기친람’하는 북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정은은 2012년 90㎏대에서 지금 140㎏대가 됐다. 북의 유일한 초고도 비만자일 것이다. 집권 초만 해도 매년 150~200회 공개 활동을 했다. 그런데 2019년 85회에 그치더니 작년엔 코로나라고 하지만 54회로 떨어졌다. 활동 내용도 처음엔 평양에서 먼 군부대와 공장을 돌아다녔는데 최근엔 평양 내부 회의가 많다. 거동하려니 숨이 찰 것이다.
얼마 전 김정은이 경제 부진을 질책하며 당 간부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높으면 “허풍”, 낮으면 “패배주의”라고 화를 냈다.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가. 지적당한 간부는 일가족이 몰살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 숨이 멎었을 것이다. 신경질과 불안이 과도하면 비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김정은은 바닷물이 코로나에 오염됐을까 봐 어업과 소금 생산을 금지했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중국이 지원한다는 식량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누구 하나 바른말을 못 한다. 정상이 아니다.
주변이 두렵고 짜증이 폭발할수록 의심도 많아진다. 믿는 사람 범위가 좁아진다. 당 요직인 선전선동부장에 발탁된 리일환은 김정은 어머니인 ‘고용희 라인’으로 꼽힌다. 2000년 청년 영웅 도로(평양~남포) 완공 당시 고용희가 젊은 노동력들을 뒷바라지했는데 청년동맹 1비서이던 리일환이 옷과 음식 등을 제때 공급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어머니가 하는 리일환 칭찬을 들었을 것이다. 어머니와 어린 시절을 보낸 강원도 인맥도 중용하고 있다. ‘김정은 대리인’으로 부상한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강원도당에서 성장했다고 한다. 조직지도부에서 강원도를 담당하기도 했다. 강원도 전방 부대 출신인 장정남 전 인민무력부장과 강원도당 비서를 지낸 박정남 당 부장 등도 김정은의 신임을 계속 받고 있다. 김정은 ‘농구 교사’로 알려진 최부일은 부총참모장, 인민보안상, 군정지도부장 등 요직으로만 돌고 있다. 아는 사람만 쓰고 있다.
지금 김정은 경호 부대는 호위사령부, 국무위 경위국, 당중앙위 호위처, 호위부 등 4곳이나 된다. 기존 호위사령부를 믿지 못하니 4곳이 서로 감시·견제하라는 것이다.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라고 해놓고 김정은은 지난달 ‘총비서’에 올랐다.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이라고 해놓고 자신의 직위 영문명을 ‘위원장(Chairman)’에서 ‘주석(President)’으로 슬쩍 바꿨다. 권력 장악에 자신 있던 덩샤오핑은 죽을 때까지 군권(軍權)만 가지고 개혁·개방을 이뤄냈다. 김정은은 경호 부대를 늘려가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칭호까지 손을 대고 있다. 뭔가 불안하다는 거다.
이제 37세인 김정은이 비만 때문에 당장 어떻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 권력에 이상 징후도 안 보인다. 그런데 체제 내구성이라는 것이 있다. 상부 구조인 독재와 핵이 아무리 강해도 하부 구조인 경제와 사회 안전망이 흔들리면 내구성도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전년의 2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0월 대중 수출액은 겨우 18억원이었다. 북한의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이 47.6%로 아이티에 이어 세계 둘째로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너무 살찐 김정은이 평양에 주저앉아 일부 측근만 믿고 현장 간부들에게 짜증을 뿜어내면 상부 구조도 멀쩡하기 어렵다. 중국도 북 상부 구조는 돕지 못한다. 그래도 북에서 김정은에게 살 빼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