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2-18 07: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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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군 경계 감시망이 또 허점을 드러냈다. 해당 장소는 강원도 북단 고성군 소재 동해안이다. 군 당국이 16일 그곳 민간인통제선 검문소 일대에서 북한 남성 1명을 붙잡아 조사 중인데,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20대 초반의 이 남성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당시 군은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까지 발령했지만, 정밀하고 신속한 대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헤엄쳐 건너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걸어서 남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배수로에 훼손된 부분이 확인됐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과 작년 11월 북한군 남성의 '철책 귀순'이 있어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번에도 경계 감시망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또 하나의 '경계 실패'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합참에 따르면 군은 오전 4시 20분께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던 남성을 민통선 검문소 CC(폐쇄회로)TV로 식별한 뒤 작전 병력을 투입해 민통선 북방에서 오전 7시 20분 신병을 확보했다.
더욱이 해당 부대 해안 경계 작전과 경계 시설물 관리에 대해 확인한 결과, 해당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군 감시 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배수로 차단 시설이 미흡했던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긴 하지만, 합참의 초기 설명만 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전방 경계 태세와 초동 조치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적지 않은 셈이다.
특히 5분 대기조 병력이 출동했는데도 처음 발견에서 신병 확보까지 3시간이나 걸린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과적으로는 '눈 뜨고 당한' 꼴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11월 철책 귀순 때도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 30분 만에 발견돼 문제로 지적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대침투 경계령을 최고 수준으로 발령했으나 결과는 미덥지 않았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정확히 가려야 할 이유다.
개별적인 실수 또는 기강해이든, 구조적인 문제이든 간에 같은 부대에서 유사한 실패 사례가 잇따른다는 점은 특별히 예의주시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군은 그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과학화 경계 시스템 보강 등을 강조했지만, 그런 다짐이 무색해졌다.
지난해 인천시 강화에서 탈북민이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한 뒤 헤엄쳐 북으로 넘어간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었는데, 이번에도 철책 밑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유사한 경계 실패를 반복한 셈이 된다. 군이 그간 일회적인 대증요법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이번에도 경계 감시망이 뚫린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해당 부대에 대대적인 문책이 예상되나 궁극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문책으로 다잡아도 효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을 계기로 군 전방 경계태세 전체에 대해 원점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전방 경계 태세 확립은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한 군사대비태세의 기본 중 하나 아닌가. 전쟁 억지력이 제대로 가동돼야 평화 체제로 가기 위한 대화 노력도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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