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1-19 07: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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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력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7일에는 평양 순안 비행장 일대에서 탄도 미사일 두 발을 동해 쪽으로 발사했다. 새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다음 날인 18일 "전술 유도탄이 동해상의 섬 목표를 정밀 타격했다"면서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이 공개한 사진 속 발사체는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KN-24인 것으로 분석됐다. KN-24는 미국의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와 유사한 구조와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4일에는 러시아의 전술 탄도 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량한 KN-23을, 또 지난 5일과 11일에는 '극초음속' 신형 탄도 미사일을 쏘는 등 종류와 방식을 바꿔가며 연일 대남 무력 시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만간 KN-25(초대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자위 차원의 무기 체계 점검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북한이 예상과는 달리 신년 벽두부터 군사 도발에 몰두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한껏 끌어 올림으로써 미국의 무관심을 예방하고 앞으로 있을 북미 대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말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해 대외정책 방향을 내놓지 않아 당분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탐색전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조건 없는 대화라는 원칙만 내세운 채 교착상태 타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강한 자극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북한 군사력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여론 때문이라도 행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판단인 듯하다. 두 달 후에는 국내에서 대통령 선거가, 오는 11월에는 미국의 중간 선거가 예정돼 있다. 여러모로 새 판이 짜일 수 있는 국면인 만큼 기 싸움에서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묻어난다.
북한이 호기를 부리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반도 정세가 오늘에 이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옹호했다. 문제의 원인이 북한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뉘앙스다.
북한은 최근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지 2년 만에 화물열차를 중국으로 보내 양측간 육로 교역을 재개하기도 했다. 꽉 막힌 남북, 북미 관계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이 더욱 심화한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거의 유일한 생명줄이자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인 셈이다. 하지만 남북, 북미 관계의 개선이 문제 해결의 궁극적 열쇠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북한의 군사 도발이 계속되자 미국은 제재의 칼을 다시 꺼내 들었고, 북한도 곧장 추가 도발로 대응했는데 이런 '강 대 강' 대치는 상황 개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제재도 그렇지만 벼랑 끝 전술 역시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겠으나 대외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미국 역시 아직은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외 여론이 나빠지면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투정과 억지는 지나치지 않아야 효과가 있다.
이는 북한도 잘 알 것이다. 이러다 내민 손을 거둬들이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른다. 민족이 생존이 달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은 그렇게 한없이 시간을 끌어도 될 만큼 여유가 없다. 북한 지도부는 더는 지체 말고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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