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12-20 07: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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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 권좌에 오른 지 10년이 됐다. 그는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13일만인 2011년 12월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됐다. 27세의 어린 나이였고 정치 기반과 세력이 전무한 시기였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에 한정했던 '수령' 호칭을 김정은에게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부친의 '선군정치'를 폐기하고 노동당 중심의 국정운영 체제를 도입해 통치의 정통성을 확보한 김정은은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정적에 대한 피의 숙청으로 1인지배 체제를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10년간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심화하고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자위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핵·미사일의 고도화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불렀고,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국경 봉쇄에다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경제는 '3중고'의 수렁에서 허우적댄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북한은 '김정은주의'라는 독자적 통치이념을 꺼내든 듯하다.
사상교육을 통해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절대적인 충성을 강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상태에서 제한적인 자원만 활용하며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통치 방식으로는 국가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김정은은 집권 초 '핵·경제 병진 노선'을 내걸고 핵무력 고도화와 경제 살리기를 동시에 추진했다. 4차례의 핵실험과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를 잇따라 진행하는 한편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경제 요소를 일부 받아들였다.
생산과 판매, 투자 등에서 기업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늘리고 인센티브를 확대한 정책들은 장마당의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일정 기간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핵실험과 ICBM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제가 본격화하면서 이런 경제정책은 더이상 성과를 이어가지 못했다. 급기야 김정은은 2018년 4월 '핵·경제 병진'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선포하며 남한과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
남한 정부와 대화하며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와 경제 재건을 꾀하겠다는 의도였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그러한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결국 북한은 다시 문을 닫아걸고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 노선으로 회귀했지만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제 제재가 촘촘히 가동되는 상황에서 국경 봉쇄의 장기화로 대중 교역과 관광업 수입이 크게 줄었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물자도 거의 반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풍과 집중호우가 곡창지대를 강타하면서 식량 사정은 더 나빠지고 주민들의 고통도 가중됐다고 한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해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나 그런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김정은의 권력 체제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이처럼 악화한 경제 상황이 언제든 통치 기반을 약화하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은 집권 10년간 남북관계는 부침을 거듭했다. 집권 초반에는 핵실험 등의 연쇄 도발에 남측이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맞서면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하노이 북미정상 결렬 이후 다시 소강 국면에 빠져들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확인시킨 시간이라 하겠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고리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고 하지만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미국은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라 여의치 않다. 문제는 과거 10년의 경험에서 볼 때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차기 대선의 양강 후보들은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은 물론 대북정책의 기조를 크게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데 당근과 채찍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는 때에 따라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남북이 갈등과 대결보다는 대화와 화해를 통한 평화 공존과 상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도 김정은이 인민에게 약속한 '사회주의 부귀영화'는 지금 같은 자력갱생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와 남북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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