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3-25 0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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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를 포착했지만, 정보자산 노출 가능성 등으로 인해 공개하진 않았다고 한다. 한미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가 아니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고 있다.
"여느 때와 같은 일"이라는 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다. 발사 사실을 즉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런 분위기와도 관련된 듯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역시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쏜 지난해 4월 14일 이후 11개월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론 처음이다.
내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여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 떠보기용 저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미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수순에 들어간 듯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요즘 여러 갈래로 대외 행보에 나선다. 우선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 북·중 관계 밀착을 과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구두친서를 주고받으며 관계 강화를 대외에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서방에 맞서는 중국에 대한 지지를, 시 주석은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향을 나타냈다. 친서 교환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중을 동시에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와 더 예사롭지 않다. 북·중의 밀착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하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럽연합(EU)의 인권 제재에도 날 선 반응을 보이며 중국과 공동전선을 편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 베트남, 라오스 최고지도자에게도 구두친서를 보내 반미 연대 의지를 나타냈다. 신냉전 구도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그러잖아도 장기 교착을 면치 못하는 비핵화 협상이 국제사회 진영 대결이라는 새 악재를 만난 형국이다.
과거 6자회담 참여국인 러시아의 행보도 변수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중국에 보내 미국, EU를 겨냥해 한목소리를 내며 유대를 과시했다. 서방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고 내정에 간섭한다는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냉전 시대의 정치, 군사적 동맹을 통해 국제사회의 틀을 파괴하려고 시도한다며 중국과 함께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 라브로프 장관이 24~25일 방한한다. 어떤 메시지를 낼지 지켜볼 일이지만, 그는 이미 모스크바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방한 목적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한러 협력 언급 외에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겨냥한다고 비판하며 이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에둘러 견제했다.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와 결성한 협의체인 쿼드(Quad) 확장에 러시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국의 쿼드 참여 논의 등 예상되는 현안에 전략적, 경제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대처해야 할 이유다.
미국은 중국과 충돌하면서도 북한 문제를 협력 분야 중 하나로 꼽으며 가능성을 열어 둔다. 하지만 현 국제 정세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정부 구상에 간단치 않은 부담이 됐다.
미국이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워 동맹과 손잡고 북·중을 압박할수록 양국의 밀착도는 높아지고 여기에 러시아까지 가세하는 판세이기 때문이다. 신냉전 구도가 심화할수록 한국 외교가 움직일 공간은 좁아져 해법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과거 미국·소련 냉전 때처럼 단선적인 진영 선택은 답이 아니다. 신냉전 시대 국제 정세는 과거와는 양상이 확연히 다르게 전개된다. 지금 중국은 과거 소련과 달리 서방 국가들과 경제적으로 깊이 얽혀 있어 중국을 상대하는 서방국들의 대중 압박 합세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은 지키되 사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외교력을 구사해 국익의 총합을 극대화해야 하는 숙제를 각국은 안게 된다. 맹목적인 동맹과 국제 블록화를 거부하는 정상 국가라면 수시로 직면할 문제이고 헤쳐나가야 할 과제다. 한국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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