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0-08-10 08: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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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교착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평양과 워싱턴DC에 상대국 관계자를 상주 시켜 사실상 대사관 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연락사무소의 설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이래 양국 간 소통 채널 부재로 협상 궤도에 재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하면 검토 가능한 선택지로 보인다. 현지에 상주하며 주재국의 의중을 직접 타진하거나 자신들의 의견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대화의 모멘텀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갈 수만 있다면 외교관계가 부재한 양국 입장에서는 최선의 카드로 꼽을 만하다.
실제로 북미 연락사무소는 양국 관계정상화 이전의 징검다리 기구로 설치 당위성과 가능성이 줄곧 거론돼 왔다.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에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나, 회담 자체가 노딜로 끝나면서 끝내 열매를 맺지 못했다.
연락사무소 혹은 이익대표부는 미국이 과거 적성 국가들과 궁극적으로 수교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호 갈등을 완화하고 신뢰를 증진하는 과도기구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했다. 중국, 베트남, 쿠바, 리비아 등과의 관계개선 노선은 이들 기구를 경유했다. 이런 외교사에 견주어 본다면 미 행정부가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구상을 다시 검토한다는 소식은 일단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결코 나쁜 흐름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뉴욕에 유엔 회원국 자격으로 유엔대표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 정치와 외교의 심장인 워싱턴DC에는 활동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북한의 외교관이 워싱턴에 입성한다면 북미 관계개선의 높은 고지를 향한 확실한 베이스캠프가 차려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문제는 상호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간헐적으로 대화 복원 가능성을 공개리에 탐색하고 있으나, 북한은 하노이 노딜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여간해서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의 차기 정권 향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입장표명보다 관망 모드에 들어간 분위기가 역력하다.
내년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북한 입장에선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현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을 '부도날 수 있는 어음'으로 여길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연락사무소 설치가 됐든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됐든 당장 어떤 결실을 보기 위해선 미국의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연속성과 일관성이 담보된 대북정책의 계승을 북한에 약속하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북한과 서둘러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실적으로 10월에 모종의 외교적 거사를 도모하려 해도 '확실한 보장'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사정을 웅변한다.
결국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도 트럼프의 재선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연락사무소 문제는 현상 타개를 위한 원포인트 제안보다는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그랜드 디자인 속에서 좀더 숙성기간을 갖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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