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2-08-04 07:38:44
- 조회수 : 429
통탄할 일이다. 가슴을 쥐어짜며 목놓아 울어도 울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창자가 끊어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바로 이런 것일까. 지난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 어민 북송 사진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군사분계선 앞에 선 그들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눈을 가린 채 포승줄에 묶여 군사분계선까지 이르는 동안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남북한이 나뉜 단 한 줄의 선이었지만 그들에게 군사분계선은 말 그대로 사선(死線)이었다. 그 선을 넘으면 죽는다는 걸 예감했을까? 그 자리에서 자해까지 할 만큼 그들은 분명 북한에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으리라.
당시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그 날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군인을 보자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는 정도로만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사진으로 본 그날의 모습은 참담했다.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은’게 아니라 온몸으로 저항하며 몸부림쳤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당시 정부는 이들이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며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저 사진 속 모습만 보더라도 그들에게 북송이 어떤 의미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강제북송에 관한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 그들은 법치국가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 심판의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통일부와 국정원의 임의적 판단에 따른 당시 조치는 헌법은 물론 유엔 고문방지협약법에도 위배되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지금까지도 탈북민들은 정부가 정치적 이득에 따라 자신들도 언제든 강제북송 시키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자들을 살인교사, 살인방조죄로 처벌해도 그들은 결코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할지라도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 서훈 전 국정원장, 정의훈 전 국가안보실장 그리고 문재인까지 대한민국의 자유가 살아 있는 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그들은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
지금도 중국 곳곳에 한국으로 오고자 하는 수많은 탈북민들이 있다. 그들이 북송되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따름을 알면서도 중국은 여전히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북송시킨다. 이제 우리는 중국을 향해 더 이상 탈북자를 북송시키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제 나라 제 땅에서도 강제로 북송시키는 판에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쩌다 내 조국 대한민국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부끄러운 적이 없다. 독재자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사람 목숨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르고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사람이 먼저’라며 그리도 외쳐대던 그들은 결국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럽다. 북송된 그들이 제발 살아 있어 주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강력히 요청드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이전글北에 '담대한 구상' 제안한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22.08.16
- 다음글월북인지 아닌지 왜 중요하냐고? 개인의 진실 짓밟은 거짓 대의 2022.06.29 07: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