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6-14 06: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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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남·대미 강경 투쟁을 천명한 지 하루 만에 서해상으로 방사포를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늘 오전 8시 7분께부터 11시 3분께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수개의 항적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쏜 방사포는 5발가량으로, 유도기능이 없는 122㎜ 또는 240㎜로 알려졌다. 지난 5일 탄도미사일 8발을 발사한 지 일주일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4번째, 올해 들어서는 19번째 무력 도발이다. 합참은 통상 북한의 재래식 방사포 발사를 언론에 공표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문의가 잇따르자 10시간 만에 발사 사실을 확인했다.
비교적 강도가 낮은 도발이지만 국내·외 안보 상황의 흐름상 무척 예민한 시기라는 점도 공개의 배경으로 작용한 듯하다. 지금은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양 진영 간의 기 싸움이 고조하는 국면이다. 작은 불씨 하나로도 예상치 못한 사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물샐틈없는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번 방사포 발사는 대외 강경 기조를 확인한 노동당 전원회의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8~10일 회의에서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최근 입장 발표를 겨냥한 듯 '대적 투쟁'이라는 용어도 동원됐다.
회의를 마치면서 "대적 투쟁과 대외 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들과 전략 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이 대적 투쟁을 언급한 것은 2년 만으로, 5개월 전 열린 전원회의 때만 해도 그 대신 '북남 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방사포 발사는 이런 위협이 단순한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실제로 북한이 적어도 당분간은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많은 사람의 우려대로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처지가 곤궁할수록 상황을 극단으로 몰아 실마리를 찾는 것이 북한의 관행적 행태라는 점에서 도발의 끝이 어디일지 걱정이다.
다만 북한이 행간에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메시지를 끼워 놓은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내면서도 남측이나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또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을 향해 격한 비난을 쏟아내곤 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남측 경제인들 면전에서 '냉면 발언'을 했던 리선권 외무상을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강경파를 중용했으나 한편으로 보면 이들 모두 수년 전 한반도 해빙기의 협상 주역들이다. 대결을 불사하겠지만 그렇다고 대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만 남았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외교적, 경제적 고립 탈피를 원한다면 마지막 카드는 접어야 한다. 카드는 쓰는 순간 그 효용 가치가 뚝 떨어지게 돼 있다. '벼랑 끝 전술'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방식도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다.
유엔에서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핵실험만큼은 만류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지도부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경우 더욱 헤어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명심하길 바란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고 미국 등 우방국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한반도 상황을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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