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5-06 07: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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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4일 정오께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14번째 무력 도발이다. 비행거리는 약 470km, 최고 고도는 약 780km, 최고 속도는 마하 11로 확인됐다.
한미 정보 당국이 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을 분석 중인데 화성-17형이나 화성-15형 중 하나라고 한다. 고각 발사로 사거리를 줄였지만 둘 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겨냥해 무력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북한이 한국,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거나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를 틈타 도발하는 것이 아주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으로 핵 위협이 과거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시점이라는 것이 신경 쓰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 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핵무기를 방어용으로 한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북한 핵 개발은 대미 협상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핵무기를 지렛대로 제재 해제를 끌어내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북한 핵무기는 초강대국인 미국에 맞서는 방어적 차원이며, 따라서 남쪽으로 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그의 발언은 의도적인 과장 화법이라고 하더라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핵심 이익이 침해받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쓰겠다는 것은 공격의 조건과 대상이 대폭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김 위원장의 언급 이후 첫 무력 도발이다.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로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4년 전 스스로 천명한 핵실험·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는 완전히 파기된다. 이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뒤집어 발생하는 신뢰 손상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북한 지도부의 판단 때문일 것이다.
미국 본토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고도화한 핵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재촉하는 동시에 대미 협상의 여건을 유리하게 만들어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노딜'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의 '군기'를 잡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런 낡은 수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립 심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마음을 급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도가 지나치면 행동의 방향이 180도 달라질지도 모른다.
신냉전 질서 고착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의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연할 경우 우리 민족은 다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다. 더 이상의 불장난을 멈추고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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