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2-03 0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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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나라의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월 31일 보도했다. 검수사격은 화성-12형이 실전 배치돼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 한다.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고각으로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 정점 고도는 약 2천㎞로 탐지됐다. 30∼45도의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최대 사거리가 4천500∼5천㎞로 추정된다. 평양에서 미국령 괌까지의 거리가 3천400여㎞인 것을 고려하면 미국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실전 배치한 것이다.
북한이 2018년 4월 핵실험 및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한 이래 최대의 무력도발을 자행한 것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자마자 유엔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쏴대더니 급기야 IRBM 발사에 이르렀다. 더욱이 북한이 한 달에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쏜 것은 2011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잇단 도발을 보노라면 북한이 과거 반복해온 '벼랑 끝 전술'이 재연되는 듯하다. 북한은 한반도 안보를 볼모로 한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번 IRBM 발사로 끝나지 않고 ICBM 발사 등 추가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을 의미하는 대미 '신뢰구축조치'의 전면 재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IRBM 발사로 "파기 예고를 넘어서는, 직전의 행동 단계로 들어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한이 4월 15일 110번째 김일성 생일(태양절)과 2월 16일 80번째 김정일 생일(광명성절)에 즈음해 ICBM 발사나 ICBM을 가장한 위성 발사 등 대형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의 잔치인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오는 4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도발은 그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있다. 3∼4월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의 구실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은 이런 도발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압박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등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모라토리엄을 깬다면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북미 간 '강대강' 대치 국면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한편 모라토리엄 유지를 촉구한 점도 그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오판하지 말고 외교적 협의의 틀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당장 미국은 북한의 IRBM 발사와 관련해 오는 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 요청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동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앞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에 대해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책임을 묻기 위한 다른 조처들로도 나아가고 있다"며 대북 압박을 염두에 둔 발언 역시 내놓기 시작했다. 북한이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미국도 대북 압박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다면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 등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처럼 고도의 북한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경우 한반도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평화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북한은 도발 등 모험적 행태를 반복하지 말고 대화와 신뢰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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